공동체로 산다는 것
크리스틴 폴 지음, 권영주.박지은 옮김 / 죠이선교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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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에게 완벽한 공동체를 찾는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공동체로 산다는 것(크리스틴 폴 / 죠이선교회)을 읽고

 

L, 오랜만에 안부를 묻습니다. 한층 추워진 날씨에 건강하신가요? 얼마 전, 교회를 옮겼다는 소식 들었어요. 전후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고요. 심심한 위로를 드리며, 새로운 교회에서 새로운 지도자와 성도들과 잘 적응하길 기도합니다.

 

한편으론, 그대가 그 교회에 얼마큼 있을지 걱정부터 됩니다. 근 몇 년 간, 그대가 여러 이유로 몇 번 교회를 옮겼다는 사실 때문에요. 요즘 유행한다는 소위 가나안 성도가 되지나 않을까 살짝 염려도 듭니다.

 

요즘 교회 뉴스가 신문의 <종교>면 대신, <사회>면을 뒤덮고 있는 요즘, ‘정말 우리가 다닐만한 교회는 없는 건가?’ 자문해 봅니다. 왜 우리 교회는, 우리 공동체는 소용돌이에 휩쓸려 아무런 희망이 없는 곳으로 끝없이 추락’(8)할까요? 완벽한 공동체는 이 시대에 정말 없는 걸까요?

 

 

이런 고민 속에 한 권의 책이 제게 답을 주었습니다. 아니, 답이라기보다는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공동체로 산다는 것. 저자 크리스틴 폴은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따뜻하게 조언합니다. 당신에게도 유익할 것 같아 이 책을 소개합니다.

 

공동체를 위한 네 바퀴

 

저자는 공동체다운 공동체를 위해 네 가지를 주문합니다. 감사, 약속, 진실, 손대접. 네 가지이니까 네 바퀴로 표현해 볼까요? 자동차에 네 바퀴가 있지요. 하나라도 구멍이 나거나 손상되면, 그 차는 올바로 갈 수 없겠죠. 한번 각 바퀴를 살펴보지요.

 

먼저 감사입니다. 감사라? 어쩌면 그대는 너무 싱거운 것 아니냐고 반문할 지도 모릅니다. 그대가 잘 알고 있는, 너무 익숙한 단어니까요. 그대가 머물렀던 공동체엔 그래도 감사는 넘쳤었다고 변호할 수도 있겠지요. 작가는 감사를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과 사람에 대한 감사가 없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지만, 그것은 종종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한다. 늘 분주한 삶, 자기실현이나 자격에 대한 염려, 혹은 제대로 평가받거나 인정받지 못한다는 불안의 형태로 말이다. 불평의 문화가 공동체에 침투하면 곧 전체에 퍼져 모든 사람을 감염시킨다. (31)

 

한번 우리의 공동체를 돌아볼 일입니다. 나 역시 감사의 입보다 불평의 입을 많이 가졌더군요. 그런 상황에서 감사의 태도는 사랑과 신뢰에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 주고, 현재의 곤경과 불법이 우리 삶을 결정할 수 없음을 기억하게 해 준다(58)’고 작가는 설명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배워 왔던 감사’. 그 감사가 공동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한번 숙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저도 감사의 모습이 얼마큼 있었는지 뒤돌아보아야겠어요.

 

두 번째와 세 번째 바퀴를 볼까요. ‘약속 지키기진실하게 사는 것입니다. 작가는 이 둘이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하지요.

 

약속 지키기는 특히 진실하게 사는 것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진실함과 충실함은 공동체의 체계를 형성하고 우리 관계의 핵심인 신뢰를 구성한다.(158)

 

약속과 진리. 감사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이지요. 작가는 이렇게 이 둘을 규정합니다.

 

약속은 모든 관계와 모든 공동체의 내적인 틀을 세운다. 그것은 잘 지어진 집의 보이지 않는 지주와 같다. (94)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것을 사용하여 다른 이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회복시킨다. ... 진실함이란 어려운 것을 말하는 것뿐 아니라 온유함과 겸손과 인내로 전체 그림을 이해하는 것이다. (166)

 

어떤가요? 그대가 여태까지 생각해 왔던 개념들과 비슷한가요? 아니면, 완전히 다른 개념의 약속과 진리를 붙잡아 오셨나요? 약속과 진리의 모습이 우리의 공동체에서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는지 돌아보아야겠습니다. 한편, 작가는 개념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의 자리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책 전체에서 설파하고 있어요.

 

, 이제 공동체를 위한 마지막 바퀴를 말씀드려야겠군요. 바로 손대접입니다. 손대접은 저자가 같은 제목의 책을 통해 충분히 설명했지요. 이렇게 정의합니다.

 

손대접을 활발하게 실천하는 공동체는 인간의 깊은 열망과 닿아 있다. 그 열망은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원하고, 재능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하기를 원하고 존중받기를 원하는 마음이다. 손대접의 실천은 다른 이들에게 열려 있고, 또한 다른 이들의 통찰과 필요와 도움에 열려 있고자 하는 공동체의 의지를 반영한다. (231)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인 손대접’. 어느샌가 이 손대접이 희미해진 우리 공동체의 모습이 아쉽게 다가옵니다.

 

, 공동체에 필요한 네 바퀴를 다 말씀드렸습니다. 어떤 특별한 노하우나 스킬을 기대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네 가지를 꼼꼼히 이해하고, 작가가 강조하듯 실천의 단계에까지 나간다면, 분명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랬거든요.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을 다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공동체로 산다는 것(Living into Community. 공동체를 찾는것이나 만드는것이 아닌 산다는것이지요. 이것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요? 우리는 좋은 공동체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모릅니다.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공동체를 사는(live)’ 것입니다. 작가가 말한 네 가지를 이해하며, 실제로 살아갈 때, 그대와 내가 속한 공동체는 건강한 공동체가 되는 것이겠지요. 좋은 공동체를 찾아다니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많이 고민했을 L. 그대가 원하던 공동체를 살아가길 소망하고 응원합니다. 누구나 좋아하고, 누구든지 품을 수 있는 그런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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