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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습니다 - 무심한 소설가의 여행법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선형 옮김 / 샘터사 / 2019년 7월
평점 :
실로 ‘여행’ 시대다. TV에는 여행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유튜브와 같은 영상에는 멋진 여행지와 맛있는 맛집이 가득하다. 서점에도 각 나라별로 여행 관련책이 쌓여 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엇비슷하다. 나라만 다를 뿐, 별 차이가 없다. 반갑게도 뭔가 다른 책을 만났다. 일본 나오키상 수상자 가쿠타 미쓰요의 에세이 『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습니다』.
제목부터가 친근했다. 확 자극하는 제목이 아니었지만, 은근히 끌렸다고나 할까. ‘마을’이라는 단어도 정겨웠다. 작가는 여는 글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 있어 여행의 참된 즐거움은,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만날 수 없었을 사람과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함께 웃을 수 있고, 대화를 나누며 미소나 말로는 전달할 수 없는 무언가를 서로 교감하는 데 있다. (11쪽)
나 역시 그런 즐거움을 느낀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갔다. 마치 새로운 여행지를 떠나는 것처럼. 이 책은 어떤 한 곳에 대해 말하진 않는다. 한 곳의 장점과 거기서만 만날 수 있는 무언가를 소개하진 않는다. 그저, 어떤 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거기에서 느낀 감정들을 소소히 건넨다.
마음이 맞는 것이란 이렇듯 정말로 사소하고 별일 없는 일에 웃어넘길 수 있는 것, 그 나라 말을 몰라도 어쩐지 평소처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닐까. (46쪽)
어쩌면 작가가 말하는 여행이란 거창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랜드마크 같은 특별한 무언가가 없어도, 세계적인 음식이 없어도 편히 쉴 수 있는 곳. 그곳이 작가에겐 특별한 경험이 되었으리라. 내가 그동안 다녀왔던 여행은 어땠는지 돌아본다.
마흔 하고도 후반이 되어 취재라는 명목의 볼일을 해내며 마을을 이동하다 보면 문득 젊은 시절의 내가 보이곤 한다. (214쪽)
이 책의 부제는 <무심한 소설가의 여행법>이다. 쭉 읽으며, ‘아, 이렇게도 여행할 수 있구나.’는 것을 느꼈다. 여행지에서 감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모습을 반추해 보고, 미래를 그려보는 것. 그것이 여행의 참된 묘미이리라. 이 책을 읽으니 어디로든 가고 싶다. 전에는 조금이나마 여행의 습관이 달라질 것 같다. 이 새로운 여행법을 하나둘 실천해 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