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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마음 사이
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우리 속담에는 유난히 말에 관한 것이 많다. 그만큼 사람 사이에 말이 중요하고 그렇기에 좋은 말을 써야 하기 때문이리라. ‘천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마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도 있다. 서로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나온 속담이리라. 상담전문가 이서원 박사는 사람 사이의 말, 마음, 사이, 이 세 가지를 다룬 책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선다. 『말과 마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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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먼저 작가는 ‘말’에 대해 언급한다. “서울역 안 가세요?”라고 택시 기사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작가는 부정적인 말의 위험을 말한다.
그런데 왜 말할 때 ‘안’으로 시작하면 듣기가 힘들어질까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공포와 두려움을 건드리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21쪽)
이밖에도 <Y대화법>, <잘못한 사람을 대하는 방법>, <내려가는 대화>, <과묵과 침묵 사이> 등을 통해 내가 현재 쓰고 있는 언어를 돌아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마음’. 역시 다양한 용례를 통해 내 마음의 상태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마음은 당장 말로 드러나지 않기에 말보다는 덜하겠지만, 분명 마음의 상태는 행동으로 이어지기에 마음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성숙해진다는 것은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세상과 사람을 보지 않고 존재하는 그대로의 세상과 사람을 보는 능력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인생은 대부분 씁쓸하다가 어쩌다 달콤합니다. 있는 그대로 삶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나의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123쪽)
내게 안성맞춤의 말이다. 나는 삶의 모습을 지금 받아들이는가? 계속 겸허하게 돌아볼 부분이다. 마지막은 ‘사이’. 사이라는 말이 좀 어색했지만, 말과 마음을 통해 결국은 변화될 수 있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 아니겠는가. 가족에 대해 말한 부분을 들어 보자.
부부 사이에서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인가, 배우자를 위한 것인가. 최종 수혜자가 나여야 한다면 방해가 되는 나뭇가지를 치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설거지가 될 수도 있고 부부가 함께 나물 다듬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자녀와 웃는 대화가 될 수도 있고 가족 여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족에게 잘하면 언제나 최종 수혜자는 내가 됩니다. (197쪽)
때로는 가족이 짐이 될 때도, 부담이 될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가족에게 잘 할 때, 그 열매는 내가 따먹을 수도 있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양한 용례가 담겨 있는 이 책을 읽고 나니, 친근한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은 듯하다. 책 속의 문제가 남들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와 이야기로 여겨졌다. 말과 마음 사이. 어쩌면 수도 없이 연습하고 다듬어야 할 평생의 과제이리라. 다음 단계는 책을 통해 머릿속으로 깨달은 사실을 이제 삶의 자리에서 하나씩 적용해 나가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