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기 좋아하고, 요리 좋아하는 풍만한 체형. 그것만 들으면 대부분 남자는 ‘가정적‘이고 점잖은 여자라고 멋대로 부풀려 상상한다. 자신들을 능가하는 감춰진 내면은 없겠지, 하고 방심한다.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
리카는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 식은 원래 개인적이고 자기 본위의 욕망이다. 미식가란 기본적으로 구도자라고 생각한다. 우아한 말로 아무리 포장해도, 도전과 발견을 되풀이하면서 그들은 자신의 욕망과 날마다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직접 요리를 만들게 되면 점점 바깥 세계를 차단하고, 정신에 성채를 쌓게 된다. 불꽃과 칼을 사용하여 몸소 식재료에 도전하고, 제압하고, 마음대로 만든다. 가지이의 블로그를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사실이 떠오른다. 지나친 고지식함. 먹고 싶은 것만 먹는다.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먹는다. 욕망에 항상 충실하려는 일종의 고지식함이다.
- P226

가지이는 어느 수간부터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타이밍에 자신을 위해 만들었다. 남자들의 컨디션이나 취향따윈 상관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요리는 악마적으로 맛있다. 계속하더라도 힘들지 않을만큼, 요리라는 행위 자체를 즐겼다. 결혼을 하고 싶은 욕망이 강한, 미식가도 아닌 독신 남성에게 카레나 스튜가 아니라 뵈프 부르기뇽을 만들어준 이유는 단순히 가지이 자신이 가장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그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녀의 요리를 자신들에 대한 애정으로 받아들이고, 행복한 기분으로 먹었다. 마코토도 비슷하지 않을까. 리카가 파스타를 만들었을 뿐인데, 애정을 강요한다, 결혼을 암시한다고 오해하여 거부반응을 보였다. 아니었다. 그건 리카가 리카를 위해 만든 파스타다. 그래서 그토록 맛있게 만들어졌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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