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폭력 - 세상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폭력 이야기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손희주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가장 즐겨보는 프로그램들인 <알쓸범잡>과 <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감정' 혹은 '심리'가 주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감정 상태, 법으로 따지긴 힘들지만 피해자는 견디기 힘든 스토킹과 가스라이팅 등의 폭력, '쟤는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에서의 '쟤'와 그 부모 사이의 감정 간극 등 많은 주제가 감정을 다룬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자라며 감정에 대해 온전하게 생각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었고, 그래서 감정을 다루는 많은 일들에 미숙하다. 감정에 관심이 많은 현재 안 읽으면 언제 읽겠냐 싶어서, <감정폭력>이라는 책을 꺼내 들었다.

책을 읽기 전 목차만 펼쳤을 때 '정말 좋은 책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적절한 인간관계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정서적 폭력은 사치스러운 걱정일까?', '내성적인 사람의 방어기제' 등 내가 살면서 적어도 한 번 이상 던져본 질문들을 모아놓은 것만 같았다. 특히 내가 하는 질문들 자체가 소수만이 던지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불필요한' 질문들은 아닐지 오래 고민해왔는데, 이런 고민들이 당연한 것이며, 이 폭력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흔한 마음 다룸 에세이처럼 '~해라' 식으로 전개되는 책이 아니라, '특정 욕구들이 부딪히며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이런 감정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이런 점을 알 수 있다'로 이어져서 좋았다.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조금씩, 많이 읽고 싶다. 현재의 고민을 타파하라고 강요하지도, 이런 고민을 하는 독자를 안타까워 하지도 않는다. 그저 이런 고민이 어떻게 생겼을지 함께 고민해주고, 근거를 제공한다. 이후 생각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책을 읽으며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나는 왜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을까'부터 '이 고민의 과정에서 내가 발견한 것이 있을까', '이 고민을 지속시키는 다른 이유가 있을까' 등 '나'와 감정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도와준다. 감정은 아주 어려운 주제이기에 단숨에 읽긴 어렵겠지만, 시간을 들여 곱씹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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