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정옥희 지음, 강한 그림 / 엘도라도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원한다면 무언가를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내게 알려준 건 발레였다. 마냥 예뻐 보이고 우아해 보였던 레오타드와 타이즈, 토슈즈가 더이상 예뻐 보이지 않고 힘들게만 느껴졌을 때 나는 발레를 그만뒀다. 분명 내가 원해서 그만둔 것인데도, 첫 ‘그만둠’이 내게 준 충격은 꽤나 컸다. 그 때는 그렇게 미워보였던 토슈즈가 미화로 인한 착각 때문인지, 혹은 그리움 때문인지 다시 예뻐 보이는 요즘,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를 읽었다.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는 무용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 나에게, 반대로 무용을 그만두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진득하게 할 수 있는 게 좋아서 발레를 계속하고, 전공하고, 무용단에 들어가며 수만 시간을 발레에만 쏟은 정옥희 작가는 무언가를 계속함으로써 필연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질문들에 대한 고민을 글로 공유한다. 타인이 보여주는 선망의 시선과 현재 자신의 삶과의 차이, 그 차이에서 오는 묘한 느낌, 잘하고 있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고민,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대한 망설임과 기대 등 어느 길로 나아가든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되는 주제에 대해 작가는 자신의 삶을 비추어 써내려간다.

발레와 관련된 아름다운 삽화와 정옥희 작가의 삶과 고민이 어우러져 지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내가 현재 가고자 하는 길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작가의 삶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던 까닭은, 진로의 방향을 막론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할 수 밖에 없는 질문들을 솔직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는 내가 이미 한 질문도 있었고, 앞으로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질문도 있었으며, 아직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언젠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나도 아직 진로 고민 중이야”라고 털털하게 말하고 쓴 정옥희 작가의 글에 기대어 나의 고민을 펼쳐놓고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