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에 있어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 웅진 모두의 그림책 35
아드리앵 파를랑주 지음, 이세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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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머리를 톡톡 건드리자 잠에서 깨는 소년은 뱀의 꼬리를 본다. 소년과 뱀의 첫만남, 자신을 건들인 꼬리를 따라 소년은 길을 나선다. 무슨 생각인지, 작디 작은 이 소년은 용감하게도 거대한 뱀의 몸통을 따라 집 밖으로, 거리로, 숲으로 떠난다.


소년은 뱀의 머리를 찾아 떠나며 여러 장면을 목격한다. 무관심한 도시의 거리에서 뱀이 한 연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모습, 행인들의 발로부터 뱀의 몸통이 가녀린 풀들을 보호해주는 모습, 뱀이 누군가의 우산이 되어주는 모습, 그리고 뱀이 지쳐 잠든 여행자의 베개가 되어주는 모습까지 소년은 따스한 뱀의 모습을 목격하며 옆으로 나아간다. 소년 그 스스로도 뱀의 몸 아래에서 안전하고, 또 따뜻하게 잠들끼까지 하며 이 배려로 가득한 몸의 주인을 찾아간다.

어렵사리 만난 뱀은 정작 자신이 누군가에게 무얼 해주었는지 모르는 눈치다. 그의 몸은 너무나 거대해서 멀리 뻗어져있는 몸을 그의 머리가 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소년은 그런 뱀에게 알려준다. 네 주위에 사람이 정말 많다고, 그리고 네가 사람들에게 엄청난 일들을 해주었다고. 소년은 친구가 없다고 외로워하는 뱀이 사실은 엄청 많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쌓여있고, 너는 알게 모르게 많은 생명체의 친구, 인연, 보금자리가 되어주었음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소년의 이야기를 들은 뱀은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 오히려 그의 마음은 뿌듯함, 따뜻함 등으로 가득 찬 것이 그림에서 잘 드러난다. 소년은 혹여나 또 외로움을 느낄지도 모르는 뱀에게 약속한다: "널 다시 보게 되면, 네 몸에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선 두개를 그려 줄게. 그건 우리 둘만의 신호야. '내가 여기에 있어.'라는 뜻으로 말이야."

책 전체를 관통하는 뱀의 몸과 소년의 여행, 그리고 뱀을 향한 소년의 따스한 말들을 통해 저자 아드리앵 파를랑주는 조금씩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들이 결국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며 소년과 뱀의 연대를 통해 각자의 외로움을 달래주려는 시도를 한다. 그리고 보기좋게 성공한 이 보기만 해도 따스해지는 그림책, 이 그림책이 따스한 이유는 배려로 가득한 뱀의 모습과 그런 따스한 뱀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귀여운 소년 덕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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