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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시험기간의 여파인지 책이 예전만큼이나 재미있지 않았다. 그래서 창비 사전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읽게 된 <스노볼> 도 언제 읽을지 한참을 고민하다 그저께 책을 꺼내어 들었다. 그런데 <스노볼>은 내 생각 이상으로, 아니 내가 좋아하는 다른 소설들 만큼이나 엄청난 몰입감을 뽐내 단 이틀만에 이책을 끝내게 했다. 다음 챕터가 궁금해 책을 놓을 수 없었고,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해져 그 자리에 앉아서 100쪽, 200쪽 씩 휙휙 읽었다.

<스노볼>은 극단적인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옷을 세네겹 껴입지 않으면 동사할 수도 있는 혹독한 날씨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발전소에서 챗바퀴를 돌리며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밖에 없는 바깥세상과 선택받은 '액터'들만이 거주하며 원하는 것을 먹고, 입고, 사용할 수 있는 스노볼로 이분된 공간은 우리에게 아주 새로운듯 다른 인상을 준다. 스노볼에서 사는 액터들의 모습은 디렉터에 의해 편집되어 바깥세상 사람들에게 방영되고, 액터들의 삶이 바깥세상 사람들이 살아갈 원동력이 된다.
주요 등장인물은 네 명, 전초밤, 고해리, 차설, 이본회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초밤의 시선을 빌려 전개된다. 초밤은 원래 다른 누구나와 같이 바깥세상에서 챗바퀴를 돌리며 사는 아이였다. 특이한 점이 있었다면 만인의 딸, 친구, 손녀, 우상인 최상위 액터 고해리와 아주 닮았다는 것이다. 그런 초밤은 비밀리에 해리의 자살 소식과 함께 해리를 대신해 스노볼에서 액터 행세를 하라는제안을 받고, 그를 받아들여 스노볼로 들어가게 된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기에 더 자세히 쓰고 싶진 않지만, 어떤 추천사가 붙어도 아깝지 않은 책이다. 훌륭한 몰입감과 다음 챕터를 펼치게 만드는 흥미로운 이야기의 흐름이 이 책의 매력이다. 또, 단순히 흥미로운 소설일 뿐만 아니라 현재와 아주 닮은 미래 사회를 그려냄으로써 분명히 독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작가의 말에서 엿볼 수 있는 '이상적일 만큼 견고하고 체계적인 부조리 앞에서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독자에게 충분히 잘,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전달되었다.
*출판사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