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 일상의 모든 순간, 수학은 어떻게 최선의 선택을 돕는가
키트 예이츠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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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학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는 편에 속한다. 가장 존경하는 수학자인 김민형 교수의 책이라면 출간되는 대로 사서 읽었고, 그의 추천사가 붙은 책 또한 대부분 찾아 읽는 편이다. 그래서 김민형 교수의 추천사를 담고 있는 이 책을 놓칠 수 없었다. 그의 추천사는 다음과 같았다.


19세기 멘델의 식물 재배 실험, 20세기 인구 유전학의 개발, 슈뢰딩거의 유전인자 예측론, 해밀턴의 이타적 진화 이론 등을 거쳐오며, 수학의 개념과 도구들은 생물학의 발전에 오래 전부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빅 데이터 시대를 맞아 이제 생명과학계에서도 수학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때마침 수리생물학자의 관점에서 수학의 다양한 면모를 명쾌하게 설명한 이 책은 수학과 생물학을 다분히 상호 배타적으로 다루는 교육과정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다.

김민형 교수의 추천사,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추천의 글 중

김민형 교수가 추천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집어든 뒤 추천사와 책의 본문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그 이유는 내가 과학 중에서도 가장 달갑지 않아 하는 생물학이 이 책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흔히 과탐이라 부르는 과학 탐구 네 과목(화학, 생물, 물리, 지구과학) 중에서 내가 배워봤으면서도 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생물학인데, 너무 복잡하고 사소한 것까지 외워야 하며,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집었을 때의 당당함이 책을 읽으며 약간의 걱정으로 변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나의 걱정을 비웃듯 책은 생물학을 싫어하는 나에게도 아주 재미있게 읽혔다. 특히나 내가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특이도, 민감도 등 확률, 통계와 관련된 이론과 최적화에 대한 고민이 생물학이라는 필드 안에서 어떻게 고안되었고, 쓰이는지가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었다. 추천의 글에도 적혀있듯 수학과 생물학의 연결점을 건들이면서도 빅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현 시점에 수리생물학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HIV를 비롯한 여러 질환, 전염병에 대한 검사 정확도, 약물 치료 후 호전 가능성, 백신을 쓰는 이유 등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데, 어떻게 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고, 또 왜 백신을 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지에 대해 읽다 보면 수학이 얼마나 우리의 몸 속에 침투해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쉽고 재미있는 예시들도 많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읽으면 '이런 것도 있네' 수준에서 머물게 된다. (그 정도로 만족하는 독자들도 물론 많다!) 나 또한 고등학교 때 통합과학이나 수학 과목을 성실히 듣지 않았더라면, 혹은 현재 전공수업들을 대충 흘겨 들었다면 절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를 알고 읽었을 때 이 책이 선사하는 풍부한 수리생물학적 지식은 정말로 엄청나다. 앞서 말했듯 수학 교양도서를 좋아해서 열 권 넘게 읽은 나도 수리생물학 관련된 지식만을 이렇게 전문적으로, 하지만 쉽게 다루는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이 책을 읽으며 모르는 지식을 공부할 자신이 있다면, 이 책은 그 공부 이상의 지식을 선물할 것이라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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