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형 교수가 추천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집어든 뒤 추천사와 책의 본문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그 이유는 내가 과학 중에서도 가장 달갑지 않아 하는 생물학이 이 책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흔히 과탐이라 부르는 과학 탐구 네 과목(화학, 생물, 물리, 지구과학) 중에서 내가 배워봤으면서도 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생물학인데, 너무 복잡하고 사소한 것까지 외워야 하며,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집었을 때의 당당함이 책을 읽으며 약간의 걱정으로 변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나의 걱정을 비웃듯 책은 생물학을 싫어하는 나에게도 아주 재미있게 읽혔다. 특히나 내가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특이도, 민감도 등 확률, 통계와 관련된 이론과 최적화에 대한 고민이 생물학이라는 필드 안에서 어떻게 고안되었고, 쓰이는지가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었다. 추천의 글에도 적혀있듯 수학과 생물학의 연결점을 건들이면서도 빅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현 시점에 수리생물학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HIV를 비롯한 여러 질환, 전염병에 대한 검사 정확도, 약물 치료 후 호전 가능성, 백신을 쓰는 이유 등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데, 어떻게 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고, 또 왜 백신을 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지에 대해 읽다 보면 수학이 얼마나 우리의 몸 속에 침투해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쉽고 재미있는 예시들도 많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읽으면 '이런 것도 있네' 수준에서 머물게 된다. (그 정도로 만족하는 독자들도 물론 많다!) 나 또한 고등학교 때 통합과학이나 수학 과목을 성실히 듣지 않았더라면, 혹은 현재 전공수업들을 대충 흘겨 들었다면 절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를 알고 읽었을 때 이 책이 선사하는 풍부한 수리생물학적 지식은 정말로 엄청나다. 앞서 말했듯 수학 교양도서를 좋아해서 열 권 넘게 읽은 나도 수리생물학 관련된 지식만을 이렇게 전문적으로, 하지만 쉽게 다루는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이 책을 읽으며 모르는 지식을 공부할 자신이 있다면, 이 책은 그 공부 이상의 지식을 선물할 것이라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