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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매기 앤드루스.재니스 로마스 지음, 홍승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평점 :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는 영국 여성의 참정권 획득 100주년을 기념하며 쓰인 책이다. 1918년에 영국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보장되었고 이 책은 2018년에 쓰였다. 2년 만에 한국 독자들에게도 소개된 셈이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이 책은 100가지 물건을 다룬다. 쉽게 예상 가능한 루시의 뼈, 코르셋과 같은 물건도 있고, 타자기나 통조림 기계처럼 전혀 여성과 관계가 없을 것만 같은 물건들도 있다. 각 물건 당 적게는 2페이지, 많게는 5-6페이지를 할애해 물건에 얽힌 사건을 다뤄 가볍게 여러 번에 걸쳐 읽을 수 있다.
총 여덟 가지의 대주제 안에 100개의 물건이 소개되었다. 각 분야에 속한 물건들의 구성을 자세히 살피면 놀라운 공통점을 한 가지 발견할 수 있다. 그건 바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물건들이 한 분야로 묶여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루시의 뼈가 근 몇 년간 화두가 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과, 고대 그리스의 메데이아가 안네의 일기와 함께 묶여 소개된다. 개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특정 물건에 집중해 책을 살펴도 좋겠짐만, 시간적 흐름을 따라 분야별로 읽어나가다 보면 여성이 각 시대에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 이미지는 어떻게 변화, 축소, 확대되었는지 살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고대 그리스 연극 메데이아에선 여성이 가지고 있는 분노, 복수심 등이 부각되어 드러나는데 1954년 메릴린 먼로의 하얀 원피스는 순진하면서도 당당하며 섹슈얼한 매력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유교사회 속에서 여성이 비교적 낮은 위치에 있었기에 우리는 여성의 이미지가 참고 당하는 이미지에서 당당한 이미지로 바뀐다고, 마치 상향 그래프처럼 좋게만 변하고 있다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고려시대 여성이 훨씬 자주적이었던 것, 그리고 앞서 언급한 메데이아와 메릴린 먼로의 예시 등을 살피면 여성의 이미지는 시대에 맞춰 계속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의 범죄를 다룬다던가, 여성이 가진 긍정적, 부정적 이미지를 동시에 알려주어 그런지 균형 잡힌 정보를 습득하는 느낌이라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다.

이 책은 여성들이 겪은 차별과 제약, 그 극복과정과 발전, 각각이 가지는 의의와 물건 너머의 생각들을 담고 있다. 부디 이 책을 읽는 누군가가 이 책을 정치적으로나 자신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비난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책이 무기로 쓰일 때 이 책의 가치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도구여야 한다. 역사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거울이 되어 지금의 우리에게 많은 도움과 조언을 준다. 이 책은 8가지 분야, 100가지 물건에 얽힌 역사를 다룬다. 그렇다면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각 분야 혹은 물건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고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도구로 작용할 때 발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