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 단순한 삶이 불러온 극적인 변화
에리카 라인 지음, 이미숙 옮김 / 갤리온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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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락없는 맥시멀리스트다. 그래서인지 항상 미니멀리스트를 부러워하면서도 수많은 나의 물건들을 버리지 못한다. 이건 봄이 오면 쓸 것 같고, 이건 또 올해 중엔 쓰지 않을까 싶어 물건들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런데 사는 건 또 잘 산다. 어떤 건 당장 오늘 필요해 보이고, 또 어떤 건 당장은 필요 없지만 두면 쓸 것 같아서 산다. 친구들은 나를 도라에몽이라고 부르곤 했고, 나는 내 몸보다 큰 가방을 아주 어릴 적부터 선호했다. 그래서 단촐한 삶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그 로망은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나는 이 책이 곤도 마리에의 책처럼 어떻게 집을 정리하고, 또 필요 없는 물건을 어떻게 버리는지에 대한 책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놀랍게도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법을 비롯해 생각을 정리하는 법까지 담고 있다. 굉장히 신선한 접근이다. 생각해보면 물건이 많으면 정리할 때 힘들 뿐 있으면 종종 ‘이런 것도 있었지!’하며 기분 좋은 순간들이 많다. 그런데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많을수록 힘들다. 시간을 아끼고 싶으면 물건보다 인간관계를 먼저 정리해야 하는데, 왜 우리는 항상 미니멀리즘하면 물건만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미니멀리즘’이 무소유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미니멀리스트라고 하면 아주 단촐한 옷차림에 물건도 몇 없는 사람을 떠올리곤 한다. 그런데 사실 미니멀리즘은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일종의 문화적 흐름이다. 원하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것이 단순함과 간결한 삶일 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미니멀리즘이 옳으니 추구하라는 말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많은 물건과 사람들에 신경쓰느라 스스로에게 소홀해지지 않게, 또 쓸데없는 걱정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그 불안을 없애는 방법을 미니멀리즘적인 방법으로 제시한다. 개인적으로 ‘-하면 어떡하지?’식의 질문들을 지적하는 저자의 멘트에 많이 찔렸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책 구성이다. 저자가 실제로 그리거나 쓴 도표, 목록 등을 보여준 뒤 독자도 똑같이 해봄으로써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한 번 쓴 가치나무는 책이 끝날 때까지 독자와 함께 한다. 저자는 독자가 적은 가치들을 계속 상기시키며 그 가치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질문하고, 또 조언한다. 예컨대 46쪽에 쓴 우선순위를 185쪽에서 다시 보고 오라고 언급한다. 만약 생각이 자주 바뀌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앞부분을 읽을 때 무슨 생각을 했고, 읽으며 어떻게 변했는지를 느낄 수도 있는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었지만 아마 맥시멀리스트에서 벗어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전과 조금은 다른 삶을 살지 않을까 싶다. 이 책 덕에 나는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한 번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맥시멀한 삶으로 인한 근심걱정, 낭비 등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지적 당하며 어떻게 하면 덜 낭비하는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주 조금은 미니멀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언젠가 입지 않을까 생각하며 남겨둔 옷을 몇 벌 버리기도 했다. 미니멀한 삶... 여전히 어렵지만 차근차근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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