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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랑 이야기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27
티아 나비 지음, 카디 쿠레마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은 사랑 이야기》는 아이 트리누와 트리누의 소중하나 장갑 이야기로 사랑을 다루고 있어요. 책 표지에도 ‘장갑🤚+장갑🤚=사랑❤️’이라고 그려져 있어 내용을 다소 쉽게 예상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그림책이란 생각에, 그리고 애착물건을 가진 어린 아이들의 입장에선 다르게 와닿을 수 있는 내용이란 생각에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계속 곱씹게 되네요.

트리누는 친구 마레와 달리 장갑을 무척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에요. 마레는 장갑을 몇 켤레나 잃어버렸는데, 트리누는 소중한 빨간 장갑을 놀이 뒤엔 잘 말리고, 또 장갑이 작아져도 계속 사용했어요. 그 덕에 장갑은 트리누의 손에 다시 한 번 꼭 맞게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트리누는 장갑 한 짝을 잃어버리게 되고, 남은 장갑은 절망에 빠집니다. 짝이 없는 장갑이 어떻게 될지, 어디에 버려질지에 대해 생각해보던 장갑은 트리누의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물 웅덩이에 엎어집니다. 그걸 본 트리누는 그 장갑을 주운 뒤 잃어버린 장갑을 찾으러 떠나고요.

짝을 이룰 때만 쓸모있어지는, 즉 함께 할 때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장갑의 모습은 우리 삶을 연상시킵니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중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의 마음을 녹이고 치유해주는 것도 사람입니다. 받침을 하나 바꾸면 사랑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개인주의가 만연해지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말이 아직도 유효한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추억을 잘 들여다보면 트리누의 주머니 속 혼자 남은 장갑처럼 누군가를 찾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싶을 정도의 기억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요? 그 마음을 감히 사랑이라고 정의하고 싶네요.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이미 잃어버린 장갑, 웅덩이에 빠져 더러워진 장갑을 버릴 수도 있을텐데 다시 찾아 집에 가져가는 트리누의 모습이 사랑을 연상시킵니다. 저는 이미 꼬질꼬질해졌는데도 아기 때부터 손에 놓지 않는 사촌동생의 애착인형, 없으면 잠을 잘 못 잔다는 친구의 이불, 어머니께서 주무실 때 항상 머리맡에 두시는 조부모님의 사진 등이 떠올랐어요. 먼지가 쌓여도, 조금 찢어져도 버리지 못하고 애정만 쌓여가는 그 무언가에 대한 마음이 결국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에게 많이 읽히면 좋겠습니다. 심플하고 세련된 색 배열 덕에 아이들보단 어른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고요.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고 항상 주변에 감사하지만 사람에 의해 상처 받기도 하는 친구와 공유하고 싶어졌어요. 우리도 결국 누군가의 장갑, 누군가의 트리누임을, 우리가 사랑을 주고 받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좋은 그림책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