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하는 삶 - 여성의 몸, 욕망, 쾌락, 그리고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이미 조 고다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영국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Sex Education)>를 재미있게 본 뒤에 계속 《섹스하는 삶》 책이 생각났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이 책에 대해 호평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를 재미있게 본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남의 행동을 멋대로 재단하곤 한다. 그래서 생활 중, 특히 TV를 보며, 옳은 행동과 옳지 않은 행동, 괜찮은 사랑과 하면 안 되는 사랑의 형태가 정해져 있는 것만 같은 인상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사람의 행동을 특정 신념에 따라 불건전한 것으로 몰아가지 않고, 오히려 이성애, 동성애, 무성애, 패티시즘 등과 더불어 갱년기, 성추행 이후 트라우마 등 여러 성과 관련된 문제들을 아주 ‘당연하게’ 다룬다. 나는 드라마가 보여준 이런 ‘자연스러움’이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 맞닿는 책이 바로 《섹스하는 삶》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읽어본 결과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책 디자인이 굉장히 감각적이다. 꽃과 도형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그리고 책의 속지도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다. 부제는 ‘여성의 몸, 욕망, 쾌락, 그리고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에 관하여’인데, 책 내용 그대로다. 책은 다양한 욕망과 쾌락을 누리지 못했던 여성들이 점점 주체적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사례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고, 그와 연관된 이론이나 조언이 사례를 감싸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적(섹슈얼) 임파워먼트(sexual empowerment)라 불리는, 일종의 극복 과정을 통해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욕망, 쾌락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굉장히 신선했다. 그동안 쉬쉬해야 한다고만 알고 있었던 내용을 이렇게 당연히 알아야 할 내용이라는 듯 기록되어 있는데,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우리가 많이 모르고, 또 알려고 하지 않았지만 필요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책 속 사례로 등장하는 몇몇 여성들의 공통점을 찾았다. 대부분이 자신이 원하는 욕망을 터부로 생각하고 있었고, 또 쾌락을 느끼는 과정에서 죄의식을 느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여성들의 성장 배경엔 부모를 비롯한 사회의 압박이 있었다. 예를 들어 동성의 여성을 사랑하는 한 여성의 경우엔 어릴 때부터 여자를 좋아하면 안 된다며 주변의 질타를 받았고, 왕따를 당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이 너무나 당연하게 숨겨야 하고 잘못된 것이라 인식하고 있었다. 현재 우리의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주 최근에 있었던 트렌스젠더의 여대 입학 이슈부터 아주 오래된 동성애 관련 이슈까지, 우리 주변의 많은 이슈들은 성에 대한 사회의 통념과 관련되어 있다. 어떤 이는 자신이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겠지만, 주변에서 모두 자신을 부정할 때 스스로를 긍정하며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 잘못된 터부와 죄의식이 저자가 짚어낸 가장 중요한 문제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 개인부터 시작해 사회 전체의 생각이 조금씩 바뀔 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책을 읽으며 생긴 한 가지 바람은 동일한 형식으로 남성의 사례를 다루거나 모든 성을 다루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비교적 억압된 위치에 있었던 여성의 성적 임파워먼트를 보니, 다른 성의 사례도 궁금해졌다. 특히 강한 이미지 아래 억눌린 남성도 분명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들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것을 그대로 좋아할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도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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