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사랑학 수업 - 사랑의 시작과 끝에서 불안한 당신에게
마리 루티 지음, 권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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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가 잘 어울리는 표지에 '하버드 사랑학 수업'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책, 보면 볼수록 관심을 끄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보고 가장 먼저 '인간관계의 심리학'이라는 강의가 생각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양 강의 중 하나인데, 내 주변에도 그 수업을 들으려고 새벽부터 피씨방에 가는 친구들이 꽤 많았다. 비슷한 느낌의 강의가 하버드에서도 인기를 끈다고 하니 새삼 내 또래의 사람들이 얼마나 인간관계, 특히 사랑에 대해 관심이 많은지 실감한다.
흥미로웠던 점은 '사랑학 수업'이라는 말에 적합하게 이 책은 완전히 '사랑'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사랑은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당신의 경험과 학생들의 경험을 에피소드 식으로 서술하며 사랑이 얼마나 통제불능인 것인지 알려준다. 어제까지만 해도 열렬하게 사랑했던 상대가 사실은 이별을 결심한지 오래 되었을 수도 있는 것, 하필 안 꾸민 날의 사람과도 깊은 관계가 될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이 사랑이라는 설명이 이해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은 여전히 내게 조금 어렵다. 저자는 '사실 사랑이 그토록 소중한 건 사랑이 본디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언제라도 잃을 수 있음을 알기에 사랑을 고귀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라 생각한다.
각 강의는 사랑에 대한 거짓과 진실로 시작한다. 아마 거짓 부분은 대부분 우리에게 익숙한 거짓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거짓이 사실인 것처럼 착각하곤 한다. 우리는 흔히 상대의 좋은 점만 보이게 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선 상대의 부족한 점까지 사랑하고, 그 부족한 점 속에서도 좋은 점을 찾아내는 것이 사랑이라 지적한다. 이런 사소한 생각의 전환들이 이 책을 가득 메운다. 아마 책을 다 읽고 나면 사랑에 대한 개인의 견해가 아주 미세하게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대학에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나누고, 또 사랑에 상처 받는 순간들을 목격했다. 어떤 친구는 영원할 것만 같던 사랑에 상처를 입어 한동안 밥도 잘 먹지 못 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길 두려워 한다. 다른 친구는 계속해서 애인을 바꾼다. 혼자만의 삶을 더 즐기고 싶다며 연애를 미루는 친구도 있다. 각자의 삶의 방식이 다르듯, 각자의 사랑의 형태도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핑크빛 단면만 보고 자신의 사랑이 잘못된 것은 아닐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어차피 사랑은 통제불능한 것인데, 그냥 단순하게 미쳤다 생각하고 저벅저벅 걸어들어가면 어떨까? 사랑을 시작하기 두렵거나 사랑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버드 사랑학 수업》을 추천한다. 미친 척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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