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갈 곳이 없을까요? 웅진 세계그림책 197
리처드 존스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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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강아지공장, 펫샵 등 반려동물들 중 특히 강아지와 고양이가 어떻게 비윤리적으로 대해지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졌다. 나도 어릴 때는 펫샵의 통유리 안에 보이는 귀여운 아기 강아지와 고양이에 눈을 못 떼곤 했는데, 그 동물들이 어떻게 태어났고 분양되지 못하면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되는지에 대해 들으니 억지로라도 눈을 떼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한 글을 보았다. 사람들은 강아지 공장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너무 쉽게 펫샵에서 강아지를 분양 받고, 유기견을 분양 받을 때는 수만 가지의 일들에 대해 고민한다는 글이었다. 한 번 버려져 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에는 분명 엄청난 책임이 따르는 일이기에 고민을 하는 것은 그릇된 행동이 아니다. 하지만 버려졌다는 이유로, 길에서 떠돌아 더럽다는 이유로 사랑 받지 못하는 것은 유기견, 유기묘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웅진주니어에서 출판된 동화책 《정말 갈 곳이 없을까요?》는 그러한 유기견 중 하나인 페르의 이야기다. 페르의 빨간 스카프에서 페르가 처음부터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빨간 스카프를 한 작은 강아지 페르가 혼자 걸어가며 그림책은 시작된다. 




페르는 머물 곳을 찾기 위해 계속 걷는다. 들판을 지나 도시까지 온 페르는 자신을 뺀 모두가 갈 곳이 있다고 느낀다. 페르에게 도시는 너무 바쁘고 시끄럽고 넓은 곳이다. 그렇게 온종일 돌아다니는 페르의 모습이 그림책을 채운다.



하지만 아무나 페르에게 머물 곳을 내어주진 않는다. 우리가 떠돌이개에게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인식을 보여주듯 사람들은페르에게 “나가!”, “저리 가!”하고 소리친다. 맛있는 것을 먹으며 행복해 보이는 카페로 들어간 페르는 식탁보를 당겨 테이블을 엎어버리는 사고까지 친다. 모두가 페르에게 “못된 녀석!”하고 외치자 페르는 더이상 자신이 갈 곳이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빨간 스카프가 사라진 줄도 모르고 있던 페르에게 매 장마다 페르에게 눈을 떼지 못하던 한 소녀가 다가와 페르에게 스카프를 다시 묶어준다. 소녀와 페르의 삽화가 마냥 따뜻하게 느껴진다. 저 그림은 단순히 스카프를 묶어주는 그림이 아닌, 누군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또 누군가의 가족이 되는 한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따뜻한 그림동화를 읽으며 페르가 갈 곳이 있어 다행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갈 곳을 찾지 못한 어떤 페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정말 갈 곳이 없을까요?》는 유기견이 한 아이의 가족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강아지 페르의 입장에서 그려진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유기견 입양을 독려하거나 하는 책은 아니다. 책임 지지 못할 가족을 들이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일 뿐이다. 유기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족과 유기견 중 페르에 관심을 보인 아이, 그리고 그 가족이 길거리에서 페르를 데려오기까지의 외로움, 슬픔, 따뜻함, 감동이 이 책이 우리에게, 그리고 어린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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