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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선셋 에디션) - 개정판
곽정은 지음 / 포르체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표지가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랐었다. 사진에도 다 안 담기는 색감이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서점에 가서 굳이 사진 않더라도 책 표지를 바라보며 '와 예쁘다!'하고 한 마디 해줬으면 할 정도의 예쁜 책이다. 포르체의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는 기존에 출판되었던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가 새로운 옷을 입고 개정되어 나온 것인데, 예전 판본에 미공개 에피소드가 더해져 표지만 예뻐진 것이 아니라 내용도 더 풍부해졌다. 어제 다른 포스트에도 올렸듯이 굉장히 인상적인 저자의 사인도 함께 왔다.

한 해를 보내는 시점에 읽어서 그런지 '하루를 얻고 하루를 잃다'라는 페이지가 가장 마음을 울렸다. 이전까지는 아예 가늠조차 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조금씩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음을, 또 시간만이 나에게 주고 또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이런 것들을 깨닫고 있는 시점인 만큼 내가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도 몇 있었다. 나는 이제야 나의 만 20번째 해를 맞이하게 된 사람이기에 결혼이나 서른 이후에 느낄 수 있는 감정들과 관련된 몇몇 글에 대해서는 온전히 공감할 수 없었다. 그저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나도 이런 감정들을 느끼게 될까?'하는 단편적인 생각들뿐이었다. 이런 페이지들이 나보다 인생을 먼저 살아본 저자가 나에게 건네는 조언, 위로가 아닐까 싶다. 몇 해 지나서 이 책을 다시 펼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몇 해 지나서 또 읽으면 될 것 같다. 시간에 의해 많은 것을 받고 잃었을 때쯤 저자의 글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이 책이 결국 혼자 사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산다. 저자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하면 '혼자 스스로를 보듬을 수 있는지'와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에세이로 풀어나간다. 개인적으로는 <마녀사냥>과 관련된 일화가 인상 깊었다. 악플을 보고도 '나 같은 사람도 말해야지!'하며 당당한 태도를 고수하는 저자의 마음이 대단하기도 하고, 저런 마음을 가지기 위해 얼마나 견고해져야 할지에 대해 고민도 조금 했다. 내가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 '함께' 속에서 '혼자' 잘 살아가기, 어렵겠지만 나도 스스로를 더 위하면 언젠간 가능하지 않을까?

지난 판본을 읽어보진 않았는데, 여러 SNS에서 홍보글을 보고 그 일러스트에 푹 빠져 엽서를 몇 장 구했었다. (그 중 하나는 친한 친구에게 주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러스트와 디자인 모두 훌륭한 책이라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자신의 삶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것 같아 보이는 한 여성과 고양이의 일러스트들은 볼 때마다 왜인지 모를 마음의 풍족함을 준다. 책을 읽는 내내 일러스트에 감탄했던 것 같다. 오로지 지식 습득을 위해 읽는 전문서적이 아닌 경우엔 내용, 구성, 일러스트, 디자인의 조합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는 네 박자가 잘 맞는 책이었다 생각한다. 한 번씩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