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써먹는 심리학 - 실험실을 나온 괴짜 교수의 기발한 심리학 뒤집기, 개정판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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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심리학’이라고 하면 마음을 파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수많은 심리학들, 즉 경영심리학, 행동심리학,종교심리학 이런 심리학들 모두가 결국은 마음이 우선되기에 그를 따르는 행동을 파헤치는 학문이라 생각했다. 굳이 따지자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지그문트 프로이트 식 심리학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논리적 비약이 많은 학설을 펼치기도 했으니 여기선 ‘마음’을 더 중시했다는 사실 정도만 생각한다.) 《지금 바로 써먹는 심리학》은 이례적으로 윌리엄 제임스 식 심리학을 따른다. 윌리엄 제임스는 마음보다 행동에 주목했는데, 아무래도 심리학에서 마음보다 행동에 초점을 두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기 때문인지 여태 그를 따르려는 시도는 비교적 적었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이 책이 우리의 행동과 마음을 다스리는 교양서 정도로 느껴지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학문에 기여하는 멋진 시도의 일환으로 느껴졌다.

“그런 ‘척’하다 보면, 정말 그렇게 된다!”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보니 첫 문구를 잘 선택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책은 즐거움(행복), 사랑, 우울, 의지, 설득, 자존감 등 우리의 마음 깊숙히 숨어있는 감정들을 ‘행동’으로 다룬다. 실제로 진행된 많은 실험들의 조건과 결과를 설명하고,거기서 우리의 마음이 더 나아질 수 있는 팁을 제시한다. 우리가 종종 ‘잘하자!’, ‘할 수 있다!’’하고 말하는 것과 아주 유사한 맥락의 내용들이 보다 논리적으로 분석되어 담겨있어서,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데도 마냥 어렵지 않고 이해가 잘 되었다. 일정 시간 동안 자신감 있어보이는 자세를 취하게 한 그룹이 다른 자세를 취한 그룹보다 스스로를 더 자신감 있는,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평가한 것처럼 결국 그런 ‘척’하다 보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저자의 메시지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요즘 들어 결혼, 직업, 불안, 병 등 다양한 것에 관심이 생기고 고민도 생긴 나에겐 최고의 책 중 하나라 생각한다. 특히나 시험기간에 읽어서 그런지 분노, 불안, 우울에 대한 부분이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 분노를 느끼게 만든 두 그룹에게 한 그룹은 기도를, 다른 한 그룹은 샌드백을 치게 한 실험이 특히 인상 깊었다. 나는 화를 속으로 많이 삭히고 음악을 듣거나 하다 보니 이게 너무 꽉 막힌 것은 아닌지, 이러다 표현을 못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았는데, 반대로 샌드백을 친 그룹이 분노 지수가 높아졌다는 글을 보고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나와 반대로 행동하고 이 부분을 읽고 감정을 느낀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겐 행동 개선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만한 부분이었다.


저자는 '뭔가 다른 것을 해봅시다'라는 말로 나가는 말을 장식했다.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말이다. 하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이 책을 통해 보고 생각한 뭔가 다른 것을 해보라는 권유의 의미다. 당장 책 속에 나온 '20분 웃음 클럽' 같은 곳에 가입하라는 뜻이 아니라, 마음의 변화를 원한다면 기존과는 다른 무언가를 해보라는 뜻이다. 매일 새벽 2시에나 잠드는 사람이 더 나은 다음날을 위해 10시에 침대에 눕는 것과 같이 아주 간단한 습관 버리기도 좋다. 다른 의미는 심리학자들이 기존의 마음 위주의 심리학에서 벗어나 행동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심리학에도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는 희망의 의미다. 주류를 차지하는 프로이트식 심리학에서 벗어나 제임스식 심리학에도 관심을 두고 연구를 해보는 것, 이것이 심리학 교수인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하고자 했던 또다른 메시지다. (어떤 형식이든) 고민을 가지고 있는 독자와 심리학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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