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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도대체 잘 사는 게 뭔가 궁금하던 참에 흥미로운 철학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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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스베 브링크만이 덴마크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했던 철학 강의 를 정리한 책이다. ‘삶은 의미 있는 것인가?’에서 시작해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우리가 휘둘리지 않고 단단히 딛고 설 가치란 무엇인지를 철학자들의 10가지 생각을 통해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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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거듭 주장하는 것은 도구주의적 사회의 문제점이다. 이익이 되기에 유지하는 우정과 사랑, 아름다움을 위한 예술, 보답받기 위한 선, 시험합격을 위한 교육, 성과를 위한 자유와 같이 많은 가치들이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쓸모’를 위한 도구로 전락된다는 것이다. 그런 도구화는 우리의 삶에서 정말 의미 있는 것을 너무나 쉽게 가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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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시대에 살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 자체로 존중하며, 조건없이 사랑하고, 노동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타산을 따지지 않고 도덕과 선을 이루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가야할 길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진정한 가치들을 돌아보고 지켜가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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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글로 옮긴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 비교적 폭넓으면서도 깊이도 있어 나의 경우 큰 도움이 되었다. 최근 죽음, 범죄, 행복, 가치, 자유, 목적 등등에 관해 질문이 많던 참이었는데 그 답을 철학 안에서 되물음 해볼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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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찾기를 강조하는 이 시대에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선을 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우주처럼 방대하고 복잡한 자아의 세계를 헤매느라 골치가 아팠는데 거기엔 딱히 끝도 형태도 없는 것 같았거든. 그래, 그보단 선을 이루는 것이 훨씬 쉽고 좋은 것이니라.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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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른을 위한 교육이라고 한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가치있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끝없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앞으로 인생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며 살아갈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강력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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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찾는 데 몰두하기보다는 선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윤리적 가치로서 선은 그 자체로 목적인 반면,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은 보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까요. 정말 최악의 경우에는 진짜 나를 찾는 일이, 앞서 언급한 경우처럼 좋은 사람이 되는 걸 막는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좋은 사람이 되는 동시에 진정한 자기 자신도 찾을 수 있다면 굉장히 근사하겠지요. 그러나 둘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선’을 선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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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인을 돌봐야 할 의무가 있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가진 권력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선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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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나 말도 못하는 작은 인간이 칸트가 말한 존엄을 지닌 개인이 되기 위해서는 부모, 형제자매, 친구 등 무수히 많은 타자의 눈을 통해 자신을 보아야만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할 때 비로소 우리 자신과 관계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에게 빚지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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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굳이 우리 자신을 사랑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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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상에는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용서에 대한 데리다의 놀라운 주장이 끼어드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그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만이 용서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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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허무주의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할 다른 방법도 배워야 합니다. 오락이나 쾌락은 해결책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고,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데 필요한 정신적 무기를 든든하게 얻어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