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다리 포목점 - 오기가미 나오코 소설집
오기가미 나오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히다리 포목점

 

 두 편의 짧은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소설집이지만 장편소설만큼이나 긴 여운을 남겼다. 다른 소설집과 달리 '히다리 포목점'은 제목 그대로 '히다리 포목점'이 두 작품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마치 두 단편이 하나의 장편소설로 느껴지게끔.

 

 「모리오」의 男 '모리오', 「에우와 사장」의 男 '에우'는 묘하게 공통된 모습이 있다. '무기력함'과 '여성다움'. 남자로서 기대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먼 단어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지니고 있다한들 우리가 잔소리할 수 는 없다. 개인의 자유의지이며, 엄연한 성격이자 특징일 뿐이다. 본인들이 좋다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줘야 하지 않을까. 나는 시종일관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모리오가 치마를 입을 때, 가슴속에서 살짝 불편함을 느꼈다. 같은 남자로서 치마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의 일인데도, 그저 작품 속 허구의 남자의 행동인데도 왠지 모르게 거부반응이 들었다. 보편적으로 내가 지니고 있는 '남자는 치마를 입지 않는다'라는 흔한 편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편견은 쉽게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에우'가 참 부러웠다. 고양이를 잘 다뤄서? 귀가 비대칭인 아름다운 그녀와 함께 살기 때문에? 아니다, 나는 그저 고양이와의 '소통'능력이 부러웠다.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것은 엄청난 행복이자 축복이니까. 소통의 대상이 무엇이든 '소통'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두 존재는 마음을 공유하고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남녀노소, 어느 분야이든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 같을 것이다. 참 별 것 아닌 것 같은데도 '소통'이라는 말은 항상 듣게 되면 한번 더 머릿속으로 되새기게 된다.

 

 모리오와 에우, 두 인물은 안개 속에 거쳐있던 그들의 고민을 '히다리 포목점'에서 풀어낸다. 그저 운명이 이끄는대로 발을 옮긴 그들은 '히다리 포목점'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을 무사히 통과한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보이지만, 마음은 좀 더 편안해진다. 뭉쳐있던 실타래가 풀어졌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서도 과연 '히다리 포목점'이 나타나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말 간절히 나타나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가끔 너무나 내 자신이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들 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큰 행운을 바라거나, 뜻하지 않은 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무신론자 임에도 절망적인 순간에 '아멘'을 외치는 것처럼.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히다리 포목점'은 정말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열어주었다. 그 절대적인 기회의 기준은 포목점 고양이 '사부로'에 의해 결정이 되는 것이고.

 

 어느날 갑자기, 친절한 '사부로'씨가 딱 한번 쯤 나타나준다면 놓치지 않고 '히다리 포목점'으로 향할 것이다. 그것이 터무니없는 기대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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