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연인들
김대성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낙원의 연인들-김대성

 

"운명은 그들의 행복을 시기했다. 신은 그들의 행복을 용납하지 않았다." (450P)

 순박하던 장우도, 여린 소년이었던 광수에게도, 운명은 그들의 행복을 시기했고 신은 그들의 행복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악마가 되었다. 악이 심장을 점령하고 온몸을 뒤 덮었다. 악귀가 된 것이다.

 

 추리소설도 아니고, 공포소설도 아닌 이 평범한 소설을 내가 허겁지겁 읽어버린 이유는, 단순히 '장우'라는 인물을 죽이고 싶어서였다. 이 글을 읽는 어느 독자이든, 인간의 악함을 증오했을 것이고, 이 이야기에서 '악'을 상징하는 장우가 진심으로 죽기를 바랐을 것이다. 나는 그가 죽기만을 고대하며 글을 읽어나갔다. 못된 짓을 일삼는 악마의 모습이 보기 싫어 책을 덮고 싶었지만, 그가 죽는 모습만큼은 꼭 보고 싶은 오기 때문에 결코 책을 덮지 않았다. 하지만 끝내 내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낙원에서 오래오래 사랑을 나누었으면 좋았을 사람들은 왜 끝내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을까. 착한 사람들이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기 사랑을 지키지 못했다는 무력감, 외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이유 때문에 꼭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악인이 되어야 했을까. 나는 그것이 너무 싫었다. 작가는 왜 남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최악의 악인을 만들어낸 것일까.

 

 암컷을 잃은 고래, 광수, 장우는 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다. 얼핏 보면 평등해 보이는 관계인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고래와 광수, 장우의 평등한 삼각관계가 아닌 장우를 축으로 한 일방적인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다. 암컷을 잃은 고래와 광수는 장우에 의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이 셋의 관계에 있어서 모태 악인은 장우인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의 죽음을 간절히 바랐을 것이고.

 

 이 이야기는 악인의 악행을 세세히 묘사한다. 심장이 격하게 뛸 정도로 가슴 아픈 장면들을. 하지만 이야기는 점점 뒤로 갈수록 그들을 이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이해의 원천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고래, 광수, 장우 이 셋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 그 자체를 누리고, 염원했다. 그 사랑을 지키고자 했다. 정말 애절하다 싶을 만큼. 하지만 그 사랑 때문에 인생 또한 망가지고 말았다. 정말 애석하다 싶을 만큼. 도대체 무슨 사랑이었길래 그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는지 자세한 이유는 묻지 말았으면 좋겠다. 직접 읽어보시길.

 

 어찌됬든, 운명은 그들을 시기했고, 결코 행복하게 하지 않았다. 이 책의 제목이 '낙원의 연인들'이라 그 내용이 더욱 안타깝게 와 닿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순수한 사랑 그 자체의 소중함'을 더욱 간절히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반대로 '순수한 사랑'을 직접 몸소 느껴보고 싶을 것이다.

 

 이 이야기 속의 사랑은 안타깝고 매우 비극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사랑에 대한 값진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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