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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구 삼촌 ㅣ 산하작은아이들 18
권정생 지음, 허구 그림 / 산하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별의별 상황을 다 맞닥트려본다. 그래도 가장 끔찍하고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게 바로 아이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30분 이상 잃어버린 적은 없지만, 그 몇 분에서 30분 남짓한 시간은 지옥이 따로 없다. 아이를 되찾는 그 순간까지 태어나 겪어볼 수 있는 온갖 불안감을 다 느끼게 된다.
책은 모자란 용구삼촌이 저녘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자 경식이와 가족들은 삼촌을 찾아 나서면서 시작된다. 무섭고 불길한 기운들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지는 불안감.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해보며 못해준게 미안하고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참 잘 담아냈다.
모자라다 못해 소가 돌볼 정도로 쓸모없어 보이는 삼촌이 없어진다는 게 어떤 건지, 잠깐이라도 느껴 본 경식이의 눈물이 오히려 내 맘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 빠릿빠릿하지 못하다고, 조금 늦는다고, 조심하지 못한다고 얼마나 아이를 구박하며 키웠나 속으로 내 자신을 꾸짖어보기도 한다. 오늘 저녘 아이와 함께 ‘용구삼촌’을 읽으며 그동안 녀석의 마음속에 상처가 됐을지 모르는 나의 타박과 꾸짖음을 용서받아야겠다.
책 마지막에 나온 권정생 선생님 소개글을 보고 또 다시 가슴이 뭉클해진다. “따뜻하고, 조용하고, 그리고 마음대로 외로울 수 있고, 아플 수 있고, 생각에 젖을 수 있어” 참 좋다고 여기셨던 선생님의 흙집.. 나도 언젠가 이런 흙집 하나 갖고 싶어진다. 작아도 온전히 내 맘대로일 수 있고 내 감정을 숨기지 않을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