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된 장애인 이미지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호주의코미디언이자 칼럼니스트인 스텔라 영은 "장애를 물건 취급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연필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리는구족화가라든가, 탄소섬유 재질의 의족으로 달리는 아이들이 미디어에 나올 때 뭔가 아련하고 뭉클한 이미지로 제작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걸 본 비장애인은 ‘내 인생이 그리 나쁘지는 않구나‘라고생각하며, 그러니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즉, 미디어는 비장애인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장애를 상품화한다는 것이다. - P110
장애 문제에 참여하는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장애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일랑 넣어두고, 그저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바뀐다. 이를테면 내가 등하굣길에 장애인을 몇 번이나 봤는지 기억을 더듬어보는 것이다. 그러면 문득 깨닫게 된다. 그들이 보이지않는 까닭은 숫자가 적어서도 아니고, 게으르거나 무능해서도 아니며, 단지 집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지하철과 버스가 내겐 편리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것도. 진실을 알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바꾸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제 보니 대한민국 버스랑 지하철 완전나빴네!"라고 말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바로 그게 ‘공감‘이다. 이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되고, 장애인 개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던 정부에게는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 P165
윤영과 준우가 가보았던 나라들은 다른 선택지가 많았다. 지하철 말고도 버스와 택시, 트램을 쉽게 탈 수 있었다. 굳이 오래된 지하철을 힘들게 개조하지 않더라도, 그곳의 장애인들에게는 대체 수단이 많은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윤영과 준우는 유럽 여행을 준비하며 무척이나 마음을 졸였었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여행 정보가 워낙 없다 보니, 한국처럼 버스를 못 타는 줄로만 알았다. 직접 가본 뒤에야 그게 얼마나 불필요한 걱정이었는지알았다. 길에 다니는 모든 버스들이 휠체어로도 탈 수 있는저상버스였고, 런던의 ‘블랙캡‘은 일반 택시인데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너끈히 승차할 수 있었다. 한국의 장애인 콜택시처럼 끝도 없이 기다리거나 치열한 예약 경쟁을 할 필요도없었다. 파리와 로마 그리고 암스테르담에서는 버스와 트램으로 아무 불편 없이 스케줄에 맞춰 이동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지하철과 버스를 모두 탈 수도 있었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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