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불어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선진국의 부유층은 기후변화의 고통을 덜 받는다. 당장 기후변화의 위험에 가장 큰 고통을을 사람과 기후변화를 일으킨 사람이 같지 않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기, 따뜻한 물, 자동차를 풍부하게 유지하며 발전해온 선진국사람들은 온실기체를 그동안 많이 내뿜었다. 반면에 홍수나 가뭄을걱정하며 농사를 지어 밥을 먹고 살아남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았던나라 사람들은 과거 온실기체를 덜 내뿜었다. 나라에 돈이 없고 기술이 부족해 기계를 덜 돌리고 공장을 덜 가동했으니, 온실기체를 적게내뿜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피해를 받는 사람은 개발도상국 사람들이고 선진국 사람들은 안전하다. 이러니 기후변화 대응에서는 세계 각국의 협력과 이해가 특히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 P142
지구정상회의에서 세번 스즈키가 한 연설 중에 특히 인기 있었던말은 "고칠 줄 모른다면 망가뜨리는 것을 멈추십시오"였다. 이는 지금의 어른들은 다 같이 긴 시간 활용해야 할 자연환경을 고칠 줄 모르고 망가뜨리기만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 말은 현재까지 세상을 이끌어온 기성세대들이 잘못을 저지르고있고, 후손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한다는 점을 역설하기에 적합했다. 세상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지금 세상을 이끄는 사람들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힘을 주는 연설이었다. 어린이가 어른의 잘못을 지적하고 꾸중한다는 구도 자체에도 극적인 강렬함이 있어서 눈길을 끌었으며, 그러면서도 ‘후손을 위해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주제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서 정당하기도 했다. 세번 스즈키의 활동은 세계에 널리 소개되었으며 그만큼 많은 인기를 끌었다. - P150
그러니 유럽의 선진국들은 그냥 사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기만해도,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저절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든다. 별다른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 예전보다 더 풍족하게 살면서도 인구가 줄어드는 것만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충분히하고 있다고 자랑할 수도 있다! 그에 비해 인구가 늘어나는 개발도상국들은 훨씬 더 가난하고 더적은 연료와 더 적은 전기를 사용하면서 살지만 전체 인구가 늘어나는 바람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런 개발도상국들을 향해 선진국들이 "우리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잘 줄였는데 너희들때문에 지구의 온실기체가 많아졌다"면서 비난하고 따질 수도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열대의 휴양지를 찾아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부유한 선진국 사람이, 손으로 밭을 갈며 당장 먹고 살 곡식을기르느라 1년 내내 바쁜 개발도상국 사람에게 "지구가 망하는 것은너 때문이다"라고 도리어 화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비난을듣는 개발도상국 국민들은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다. 2020년 시점에서 적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출생이 많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가난에서 벗어나고 의학 기술이 퍼져나가면서드디어 수명이 점차 늘어나 선진국 국가들과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개발도상국 국민들은 선진국국민만큼 오래 살지 말고 예전처럼 일찍 목숨을 잃는 것을 감내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 P169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생활용품들을 생산하는 거대한 공장을생각해보자. 이런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계를 돌려야 하고, 기계를 돌리면 연료를 태우게 되므로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선진국 회사들은 이런 거대한 기계장치를 이용하는 공장을 주로개발도상국에 세운다. 개발도상국은 땅값이 싸고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은 힘들게 일하면서도 돈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반면, 그 공장을관리하고 운영하며 돈을 많이 받는 고위직 직원들, 임원들, 경영자들은 선진국의 본사 건물에서 일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정작 돈을많이 받는 사람들이 일하는 본사 건물에는 거대한 기계장치가 없으므로 딱히 이산화탄소 배출도 크지 않다는 점이다. 55개발도상국의 공장이 가동되어 전 세계가 소비한다. 그렇게 번 돈중에 많은 금액을 월급을 많이 받는 선진국의 직원들이 챙겨 간다. 현장에서 직접 공장 기계를 만져가며 고생하는 개발도상국 직원들은회사가 번 돈 중에 적은 부분만을 임금으로 받는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데, 선진국의 기후변화 담당자들은 어쨌든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면, 본사 사무실이 있는 선진국보다 기계장치와 공장이 있는 개발도상국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으니 개발도상국이 그 대가를 치러야 공평하다고 주장한다. 이산화탄소를 명목으로 개발도상국에 추가로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이다. - P177
2000년대 중반에 준공된 강원도의 양양양수발전소는 이미흘러간 물을 819미터 높이로 도로 퍼 올리는 펌프를 갖고 있다. 이렇게까지나 높은 곳으로 물을 퍼 올리는 양수발전소는 일본에도 없고, 중국에도 없다. 양양양수발전소는 ‘양‘자가 연속으로 셋 나오는 이름이라는 점도 재미있는데, 이 발전소의 상부저수지 용량은 500만톤이나 된다. 그러니까, 전기를 저장할 방법이 마땅히 없기 때문에 양양양수발전소에서는 전기가 남아돌 때에 그 전기를 그냥 버리는 대신에 전기펌프를 돌리는 데 써서 최대 500만 톤의 물을 819 미터 높이까지 퍼 올려둔다는 뜻이다. 나중에 전기가 필요한데 물이 없다면 그렇게 퍼 올려놓은 물을 다시 아래로 흘려보내서 발전기를 돌린다. 그 정도로 전기를 저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 - P202
굳이 엄밀히 따지자면, 태양 빛과 바람이 무한한 것은 아니다. 태양은 앞으로 50억 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그 수명을 다하여 빛을 점차잃어갈 거라고 한다. 그리고 태양이 차갑게 식으면 바람도 지금보다사그라들게 될 것이다. 바람이 부는 이유는 많은 경우 태양 때문이다. 태양 빛에 지구가 따뜻해지는데, 지역별 지형 차이에 따라 어느 쪽은좀 더 따뜻해지고 어느 쪽은 좀 덜 따뜻해진다. 그런 온도 차이가 발생하면 공기는 움직이게 된다. 가장 간단한 예로, 따뜻해진 공기는 가벼워져서 위로 올라가려고 하고 차가워진 공기는 무거워져서 아래로내려가려고 하는 성질이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공기가 움직이는 현상을 지상에서 강하게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바람이다. 그러니, 태양광과 풍력 모두 그 뿌리는 하늘에서 빛나는 태양이다. 태양이 없으면태양광도 풍력도 없다. - P204
게다가, 이미 사람들이 과거에 한참 뿜어놓은 이산화탄소가 저절로 줄어들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를 더 배출하지 않으려고 애쓰기만 할 것이 아니라 무슨 수로든 공기 중에 이미 있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장비를 개발하는데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런 기술을 이산화탄소 흡수 기술, 줄여서 탄소 흡수 carbon capture 혹은 탄소 포집 기술이라고 한다.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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