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까운 건 물건이 아니라 내 감정과 시간‘이라는 따끔한 조언을 새기며 아까워서 쥐고만있던 물건들을 하나하나 나누고 중고 거래로 비워갔습니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비우라‘는 곤도 마리에 작가의 정리법을 따라 해보기도 하고, ‘공간을 채우느라 공간을 잃는다‘는 도미니크 로로 작가의 말을 기억하며 공간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지요. - P5

미니멀 라이프로 제 삶에 소중한 것들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미니멀 라이프만이 삶의 정답이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정답인 것처럼 착각하거나 교만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미니멀 라이프는 수천수만 가지라이프 스타일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우연히 만난 산들바람에 땀을 식히듯나와 좋은 타이밍에 만난 삶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 P6

하지만 더 일찍 들였다면 좋았을 거라는 후회는 없습니다. 다리미와 건조기가 없이 지냈던 경험도 제게는 귀하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다리미와 건조대의 소중함을 몰랐을 게 분명하니 ‘건강한 결핍‘을 먼저 체험할 수있어 다행입니다.
다리미와 건조대처럼 건강한 결핍 끝에 확실한 채움이 된 존재가 있는 반면아직은 없어도 괜찮다는 판단으로 인연을 미루고 있는 물건도 있습니다. 단순히 무엇을 비우고 채우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소유 이전에 물건과 자신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이 선행된다면 후회가 남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도 새로운물건을 들이기 전 당장 아쉽더라도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건강한 결핍을 기꺼이 경험해보려고 합니다.
약간의 갈증을 느낀 뒤에 마시는 물이 다디단 것처럼 그 물건에 대해 충분히 납득한 후에 들인다면 더욱 소중히 함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로 건강한 결핍 끝에 만난 우리 집 다리미와 건조대는 그 어느 물건보다 위풍당당해 보입니다. 확실한 판단으로 선택한 존재니까요. - P140

‘지금 필요한 것만 곁에 둔다‘고 생각하면 욕심이 잦아들고 자연스레 집이가뿐해집니다. 막상 살아보면 지금 꼭 필요한 물건은 그다지 많지 않으니까요. 지금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사지 않기. 집을 창고로 만들지 않을 건강한 멈춤 버튼입니다.
결혼 후 살면서 필요에 의해 서서히 늘린 살림살이들은 마치 신을수록 편해지는 신발처럼 쓸수록 정이 갑니다. 큰맘 먹고 산 물건부터 몇천 원대까지, 가격대도 브랜드도 천차만별이지만 제 나름의 기준을 통과한 물건들입니다. - P144

의자 밑을 신경 써서 손질하는 이상순 님이나 창틀 사이사이를 닦는 남편의모습에서 건강한 삶의 골조는 내가 나를 알아주는 기특한 순간과 자부심에서오는 것임을 느낍니다. 그래야만 다른 이들이 나의 최선을 미처 몰라준다 해도 실망하거나 우왕좌왕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삶의 리듬을 꾸준히 이어나갈수 있을 테니까요. 미디어의 광고 문구나 타인의 시선에 치중하다 보면 진짜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겠지요.
살아가다 보면 완벽한 꽃길만 걷지는 않을 것입니다. 행복하고 기쁜 일도만나겠지만, 노력한 만큼 결실이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을 테고, 기대한 만큼보답을 받지 못해 실망스러울 때도 있고, 다른 이들의 성공에 비해 내 위치는한없이 작아 보이는 순간순간을 마주하게 될 테지요.
그럴 땐 한숨을 쉬며 낙담하기보다는 흐뭇하게 웃으며 나를 다독일 수 있게되길 바랍니다.
"내가 나 열심히 한 거 알잖아. 내가 알잖아"라고 말입니다. - P180

누구나 마음에 위로가 되는 글귀 하나씩은 있을 겁니다.
제겐 피천득 선생님의 문장이 그렇습니다.

"여러 사람을 좋아하며 아무도 미워하지 아니하며,
몇몇 사람을 끔찍이 사랑하며 살고 싶다."
<나의 사랑하는 생활> 중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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