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로지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것에 따라 살아가려 했을 뿐". 해마다 새로운 다이어리를펼칠 때면 첫 장에 《데미안》(문학동네)의첫문장을 쓴다. 처음 나에게 선물한 만년필엔 ‘내 인생은나의것‘이란 말을새겼다. 무언가를 남기고 새기는 일엔 부디 잊지 않고 기억하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을 테다. 내게 그것은 언제나 나자신이었다.
인생에서 수없이 반복해 들었던 말들을 생각한다. 시작했으면 끝을 내. 항상최선을 다해. 남들만큼은 해, 효율적으로 생각해. 돈과 시간을 아껴. 출처가 불분명한 목소리들이내 안을 떠돈다. 가끔은 의지가 아닌 의무에 의해 사는 것같다. - P5

인생이 커다란 체크리스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해야할 것을 아무리 지우고 지워도 끝나지 않는 무한대의 체크리스트, 평생 무언가를 ‘해야 하며‘ 살아야 했던 우리에게필요한 건 사실 ‘하지 않기‘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와이파이나 체크리스트가 없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던 하루가 와이파이와 체크리스트 안에서만 머물고 있는 건 아닐지 되짚어 볼 시점이다. 노와이파이 No wifi 일 때 무궁무진한 대화의 장이 펼쳐질 수 있는 것처럼, 노 체크리스트No checklist 일때 우리의 오늘은 어떤 것으로도 채워질 수 있다. 하지 않기로 말미암아 필요나 의무가 아닌 온전한 나로 살 수 있는것이다. - P7

유한한 삶에선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에도 적정 용량이 있다. 시선을 빼앗는 물건들을 비우고, 시야를 가리는 마음들을 비워야 한다.
No라는 단어가 가능성을 만드는 것처럼, 비움은 무엇이든 채울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준다. 비워야 비로소 채울 수 있다. 충만해지기 위해 가뿐해진다. 나는 하기 위해하지 않는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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