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과 냉장실의 선반은 물과 구연산을 약 10:1로 섞은 구연산수를 뿌려가며 행주로 깨끗하게 닦아냈다. 음식 국물이 눌어붙은 선반은 떼어내어 수세미로 힘주어 문질러가며 때를 벗겨낸 후물기를 닦아주니 잘 닦은 창문처럼 환해졌다. 서랍칸의 서랍들도모두 꺼내어 수세미로 닦은 후 물기를 닦고, 서랍이 빠져나간 자리에 쌓여있던 오래된 먼지들도 모두 훔쳐내었더니 어느 칸이든 더러운 구석 하나 없이 새것처럼 빛이 났다. - P95
내게 있어 비움이란 비워내어 헐렁해진 공간을 확인하며 뿌듯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나와 닮은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나의 존재, 내가 지향하고 있는 나를 확인하고 찾아가는 것, 그것이 내 비움의 목적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나의 가치관에 따라 집도 변해감을 느낀다. 집안을 채우고 있는 물건만 봐도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고, 집이 변해가는 과정만 보아도 주인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완벽하다는 것은 더 이상 더할 게 없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빨게 없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이말은 비움의 진정한 의미를 가장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것 같다. - P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