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모두 마친 후 마무리로 배수구에 구연산을 뿌려두었다가 끓인 물을 배수구에 부어 소독한다.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엔 모기의 산란장소인 이곳을 간간히 이런 방식으로 소독하곤 했는데, 유난히 더웠던 올해엔 모기마저 자취를 감춰 소독할일이 없었다. 이렇게 배수구 소독을 마치는 것으로 욕실 대청소는 끝이난다. - P85

냉동실과 냉장실의 선반은 물과 구연산을 약 10:1로 섞은 구연산수를 뿌려가며 행주로 깨끗하게 닦아냈다. 음식 국물이 눌어붙은 선반은 떼어내어 수세미로 힘주어 문질러가며 때를 벗겨낸 후물기를 닦아주니 잘 닦은 창문처럼 환해졌다. 서랍칸의 서랍들도모두 꺼내어 수세미로 닦은 후 물기를 닦고, 서랍이 빠져나간 자리에 쌓여있던 오래된 먼지들도 모두 훔쳐내었더니 어느 칸이든 더러운 구석 하나 없이 새것처럼 빛이 났다. - P95

내게 있어 비움이란 비워내어 헐렁해진 공간을 확인하며 뿌듯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나와 닮은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나의 존재, 내가 지향하고 있는 나를 확인하고 찾아가는 것, 그것이 내 비움의 목적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나의 가치관에 따라 집도 변해감을 느낀다. 집안을 채우고 있는 물건만 봐도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고, 집이 변해가는 과정만 보아도 주인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완벽하다는 것은 더 이상 더할 게 없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빨게 없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이말은 비움의 진정한 의미를 가장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것 같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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