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학자의 여정 - 토정 이지함과 함께 걷다
유지은 지음 / 이야기나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혼자서 여행을 다녀본 사람은 느끼겠지만 아무리 천천히 둘러보고 가겠다고 다짐을 해 보지만 자신도 모르는사이에 걸음거리가 빨라져 충분히 머물자리를 지나치고 아쉬움을 느낄때도 있고,또한 어떤 경우에는 말동무라도 주위에 있으면 좋겠다는 외로움을 타기도 하는 순간이 있었을것이다. 이 책-철학자의 여정-은 그런 사람들을 위하여 맞춤형으로 씌어진 책인것같다.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는 산만하지 않고 집약적이다. 장소는 충청남도의 천안에서 출발하여 면천과 보령을 지나 한산에 이르는 짧게는 하루 길어야 이틀이면 충분한 여정길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길을 그냥 무의미하게 걷지 않기를 바라면서 천안삼거리의 노랫가락에 녹아있는 능소설화 이야기를 들려주고, 암행어사 박문수에 얽힌 묏자리가 있는 북면을 지나 우국충정의 땀과 노력 그리고 의병장들의 전투 이야기가 녹아있는 면천 읍성에서 성벽을 만든 이들의 시간들과 마주하여 시공을 가로질러 조선시대로 여행을 갔다오는 경험도 마주하게 해준다.그리고 개인주의와 이기심이 만연한 이 사회에 목숨을 건 복지겸 장군의 우정이라든지, 호랑이와 우정을 나눈 기인의 이야기는 여정의 중간에 들을수 있는 청량제이다. 보령으로 넘어오면 토정비결로 유명한 이지함의 묘와 마주하게 된다. 풍수지리의 대가인 토정선생의 묘자리에 얽혀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주위의 산세를 읽어보면 잠깐동안이라도 풍수의 대가가 된듯한 기분도 들것같다.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서 길가의 돌멩이 하나라도 귀함을 알때쯤 독자는 이 여정의 마지막 장소인 한산에 이르게 된다. 한산모시의 제작과정을 들여다 본다는것은 그 속에 들어있는 여인네들의 인고의 세월과 마주한다는 이야기이다. 감히 현대의 기계속에서 일률적으로 찍어나오는 복제품들과 같이 비유할수없는 제품들이다. 여행의 마지막 묘미는 길다란 평상에 짐을 다 내려놓고 막걸리 한잔하는게 아니겠는가? 그래서 저자는 독자들을 한산소곡주의 양조장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100일동안 숙성의 기다림 끝에 탄생한 곡주 한사발에 목을 축이게 한다.
이야기들을 따라가는 스토리텔링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책은 또 다른 이야기로 우리들 앞에 나타날것이라는 기대를 갖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