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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 시, 그곳으로부터 - 서울의 풍경과 오래된 집을 찾아 떠나는 예술 산보
최예선 지음, 정구원 그림 / 지식너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좋은글을 읽고 난 뒤에는 그 작품이 된 시대의 배경이나, 환경 그리고 작가가 집필한 지역이나 서재를 기웃거리고 싶어진다.
일상에 바쁘게 휘둘리다가 때늦은 점심을 하고 커피 한잔을 마주하고 앉으면, 커피 향기와 함께 아름다운 글과 작품들을 남겨준 몇몇 작가들의 산실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이 책속에서는 여러 작가들의 발자취를 따라 함께 그 길을 걸어보며, 또 그들의 숨소리가 베여있는 집안을 들여다 보면서 우리에게 그 시설로 안내를 해주고 있다.
그중에서 몇몇 발길을 닿은곳을 소개해 본다.
우리나라 미술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그림의 화가 박수근 그가 살았던 서울 창신동 길을
동대문 옆길을 따라 걸어보면 아마 작가가 이 동네와 동네가 이어진 길 그리고 얽히고 설킨 집들이 가지고 있는 그 시대의 이웃들의 삶의 애환가 고단을 늘상 마주보면서 붓을 쥐고 무릎을 꾸부린채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 화가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까, 이러한 환경 속에서 화가 의 역작인 빨래하는 아내, 머릿수건을 쓰고 물을 긷는 아내 같은 내 가족의 일상을 책임지고 있던 아내의 고마움과 강인함이 작품을 통해 나오지 않았을까?
1980년도의 시대를 뜨겁게 살다간 시인 기형도의 기억이 머물고 있는 종로3가와 낙원동 그리고 낙원상가의 좁은 길을 지나 탑골 공원의 동쪽의 영화관으로 이어지는 그의 순례길에서는 어려웠던 시절 "서울은 멋진 도시입니다. 사람들에게 분노를 가르쳐주니까요"라고 말하며 도시를 비통해하던 그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같이 걸어보게 만든다. 그는 죽는 그 순간에도 이 거리의 허름한
극장의 한 구석에서 생을 마감한다.한번쯤 그의 시집을 호주머니에 넣고 그가 헤매고 다녔던그 길들을 걷고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소설가 박완서의 체취가 묻어있는 돈암동과 현저동을 돌아보는것도 소소한 추억 여행이 된다. 3년 정도 머문 돈암동 시절은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에 전쟁을 경험한 작가의 체험때문인지 모르지만 여러 작품속에 그 시절의 동네 이야기가 등장한다. 훌쩍 나이던 사람이 돈암동 거리를 찾아와 옛 흔적을 찾아보는 작품 속에 나타나는 목욕탕, 조선 한옥집등 지금은 전쟁과 도시개발에 속에서 사라지고 없어진 흔적들이지만 그 골목길들을 찾아서 걸어 본다는것 만으로 우리는 그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빠른 길임을 안다. 베스트셀러로 자리 매김한 <그 많던 상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작품의 배경이 되는 '현저동 46-418번지' 우리가 그 길, 골목에서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나 검물을 만난다면 그 얼마나 반가울것인가, 설렁 사라져 버렸다 하더라도 그 흔적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그 작품 속의 이야기와 시간들이 내 품으로 들어오지 않겠는가?
점심 후 약간의 조름이 밀려올 때, 이 책 속에 소개되는 몇몇 작가들의 서울 거리의 자취를 찾아서 골목길로 떠나볼 때, 서울!! 가장 많이 변화되고 예것이 사라져버린 도시이지만 그래도 사소하게 그래도 아직은 남아있는 작가들의 삶을 찾아 볼수 있다는것,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오후 세시, 그곳으로부터> 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