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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비밀서적
프란체스코 피오레티 지음, 주효숙 옮김 / 작은씨앗 / 2012년 5월
평점 :
추리 소설을 읽을때 우선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이야기의 전개속으로 자꾸 빨려 들어가는 흥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나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유럽의 역사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사실에 조금은 당황되었다.
알다시피, 단테는 우리에게 '신곡'이라는 시편으로 널리 알려진 대문호이다.그리고 그 '신곡'에 담긴 수많은 비밀스러운 메시지는 지금까지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학자들 사이에서도 끝없는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서, 단테의 죽음에 대한 의문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단테는 알려진 바와 같이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난것인지? 신곡을 없애기 위하여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는지? 그렇지 않다면 왜 그의 죽음 이후 몇달 뒤에 마지막 열세번째의 시편이 발견되었을까 하는 일화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책은 시인의 딸로 나오는 베아트리체 수녀, 십자군 기사 베르나르도, 그리고 의사인 조반니 등이 '신곡'에 십자군의 비밀지도가 감추어저 있고 그것이 단테의 죽음과 사라진 열세곡의 시편과 연관성이 있다고 믿으며 행방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아직도 책장에 '신곡'이 꽂혀 있다면 찾아내어 참고서 마냥 옆에 두고 각 시편을 함께 펼쳐 보면서 읽어보는 재미를 가지는것도 좋을것 같다.
그리고 이 사람들과 같이 '신곡'의 지옥편,연옥편,천국편 속에 숨어 있는 의미와 그 시편의 구조,그리고 각 시편 사이들의 조합이나 구조에 대하여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지는것도 좋을것 같다.
사실,이런 비밀의 암호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복잡한 해석은 단테의 '신곡'연구서를 보는것 같아서 부담스럽고, 난해하다. 따라서 이 책의 줄거리를 남에게 이야기 해 주기에는 사실상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은, 아마도 젊은 시절에 한번쯤 접해보고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 흥미 본위에 책에 빠져 - 명작을 단편적으로나마 다시 한번 읽어 보게 되었다는것이다.
그리고 그 때 느꼈던 인간의 삶의 조건이나 문화 가치와 효용등이 몇년, 나에게는 근 이삼십년이 흐른뒤에 느끼는 감정이 새삼 다르다는 것이다.
동서양이 가지고 있는 서로의 문화적 차이나 역사적 배경은 다르지만, 이 책 속에서 다시보는 시편속에서 그래도 진리와 도덕을 찾아가는 노력은 동서양을 떠나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간혈적이나마 '신곡'을 다시 꺼내게 해준 이 책에 고마움을 느끼는것도, 내 젊은 시절의 사고와 지금의 생각을 다시 돌아보게 해 준게 아닐까?
몇년의 간격을 두고 나의 사고를 돌아보고 싶은 분들에게 한번은 권해 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