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결백하다면, 나를 견딜 수 있다면, 나를 보듬을 수 있다면…… - P206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는 것, 한번 도망가버리면 다시 방에 웅크리고 앉아 계절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필사적으로 했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마음의 문을 닫았을 때, 차라리 마음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기를 선택했을 때 얼마나 망가지고 마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 P26
영주가 준후를 따라 벌떡 일어섰다. 준후는 말끄러미 그녀를 보았다. 다현도 그랬다. 선생님을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안다고 말했다. 왜 ‘안다는 것’에 그렇게들 집착하는 걸까. 자신을 가장 잘 안다던 다현은 알까? 다현의 죽음에 자신이 그렇게 슬프지 않다는 것을. - P266
사람과 다른 생물이 세상에 있다는 일, 플라타너스를 보며 일어나는 그런 느낌 속에서 그녀는 평화로운 얼굴을 지을 수 있었는지 몰랐다. 잠깐 동안. - P89
나는 나의 슬픔과 괴로움과 있는 대로의 지혜를 일점에 응집시켜 이 순간 그의 눈 속을 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알고 싶은 것이다. 그의 눈 속에 과연 내가 무엇으로 비치는가? - P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