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사라졌는지 모르고 지냈다. 잃은 것을 잊은 것으로 해두었다. 그러면 그건 거기 있었다. - P112

그러나 한영진이 끝내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걸 이순일은 알고 있었다.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거라고 이순일은 생각했다. 그 아이가 말하지 않는 것은 그래서 나도 말하지 않는다.
용서를 구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있다는 것을 이순일은 알고 있었다.

순자에게도 그것이 있으니까. - P142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삶은 지나간다 바쁘게.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

그것이 나탈리를 향해 다가오니까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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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57, 작가의 말
영혼을 찍는 카메라가 있다면, 억압받는 정신을 촬영하고 인화할 수 있는 과학이 있다면, 렌즈를 들이대고 분명히 찍어두어야 할 여성의 깊은 상흔은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어디에서 어디를 찍어야 상처의 증거가 되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억압은 교묘하고 복합적이다. 이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일상적으로 이해되고, 그리하여 일상의 하나로 무심히 잊히는 사회는 진정 옳지 않다.

현실에는 없지만, 소설에서는, 소설이므로, 강민주 정도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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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1
모든 젖어있는 것들은, 그것이 여자의 얼굴이건 남자의 얼굴이건 관계없이 나를 슬프게 한다는 것을 나는, 이제, 서서히 깨닫는다. 모든 젖어있는 것에 나는 태연할 수 없다. 젖은 얼굴의 비애 앞에서 나는 꼼짝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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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
진짜 피. 진짜 사람. 자꾸 잊는다. 무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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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7
~무조건 집단이 요구하는 술 잘 먹고 윗분 잘 모시고 분위기 잘 띄우는 씩씩한 전사로 거듭날 것을 강요하는, 그래야 어른 되었다고 취급하는 문화 속에서 예민하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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