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리커버) 버지니아 울프 리커버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페미니즘을 접한 사람들은 모두 한 번씩 들었을 유명한 선언, 여성이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연간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이 말은 백 년 전의 페미니스트였던 버지니아 울프가 자신의 에세이를 통해 한 말이다. 여성이 자아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경제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로,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을 쓰며 여성이 남성보다 경제력이 없는 이유에 대해 계속 고민한다. 그는 여성에 대한 논문을 찾아보며 신체적, 정신적인 것들도 이유로 고려해보지만 결국 맘에 드는 결론은 내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결론을 알고 있다. 여성이 경제력을 쥐지 못하는 이유는 '여성이 경제력을 쥘 수 없게 판을 짜 놓은' 가부장제 틀 안에서 여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100년 전 버지니아 울프가 쓴 이 에세이를 읽으면 권력이 없는 여성 교수로서 그가 받는 차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씁쓸한 것은 100년이 지난 현재에도 그가 겪는 차별을 나 자신 또한 겪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천천히 변해왔지만 아직 가부장제의 뿌리를 뜯어 없앨 만큼 변하지는 못한 것이다.

서점에 페미니즘에 대한 책들이 깔리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이 이전과 다른 사고방식을 주장하며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가고 있다. 페미니즘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현재. 우리, 여성들의 지위는 과연 아래에 나오는 글 속의 여성들에 비해 월등히 높을까?

버지니아 울프는 모 대학의 도서관에 들어가려고 하지만 곧 도서관 관리인에 의해 출입을 저지당한다. 여성이 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허가증이 필요하거나 남성과 동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버지니아 울프는 도서관에 들어가기를 포기한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이다. 도서관 문밖에 있는 사람(남성과 타협하지 않고 가부장제를 거절하는 사람)과 도서관 문안에 있는 사람(남성과 타협하고 가부장제 시스템에서 안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는 사람) 중 더 불쾌한 사람은 누구일지. 가부장제와 타협하는가, 타협하지 않는가는 현재 페미니즘의 큰 흐름은 리버럴 페미니즘과 래디컬 페미니즘을 생각나게 한다. 현재의 페미니스트들이 하는 고민을 버지니아 울프가 이미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여전히 우리는(남성과 여성 모두) 뛰어난 여성이 보이면 그가 남성의 기를 죽일까 두려워하며 그를 짓누른다. 이 현상은 여성이 어리면 어릴수록 더욱 심하다. 아마 버지니아 울프가 살던 과거에는 더 심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대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 여성은 분명 미쳐 날뛰다가 자신에게 총을 겨누었거나,'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다. 재능의 표출을 인정받지 못하는 천재 여성은 얼마나 괴로웠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세상은 여성의 재능에 애써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남성의 재능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재능을 가진 여성에게 무관심은 독과 같다. 억울함과 열등감으로 그는 미칠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디어의 발전으로 우리가 자신의 재능을 표출하기가 비교적 쉬워졌다는 것이다. 그 덕의 나도 이렇게 나의 재능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들리는 것을 못 들은 체하며, 보이는 것을 못 본 체하며, 그 와중에 분노가 극에 당했을 때 가끔 우리는 무언가를 말한다. 그것이 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남기에 편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경제력이 없고, 발언권이 없으며, 때로는 존재마저 무시당한다. 우리는 경제력을, 발언권을, 존재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용기 내어 언젠가, 가끔씩, 종종, 매번 말해야 한다. 이 사회는 성차별적이고, 바로 당신이 성차별을 조장하고 있다고.


100년 전의 페미니스트와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었던 책, 자기만의 방. 씁쓸한 용기를 한 모금 마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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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dwjddn 2020-07-01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이책을 보고 내린 결론이 이렇게 비루하지..

이공기기기 2020-08-30 18:2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어떤 결론을 내리실까 해서 블로그 방문해보니까..^^ 네 그렇게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