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을 접한 사람들은 모두 한 번씩 들었을 유명한 선언, 여성이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연간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이 말은 백 년 전의 페미니스트였던 버지니아 울프가 자신의 에세이를 통해 한 말이다. 여성이 자아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경제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로,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을 쓰며 여성이 남성보다 경제력이 없는 이유에 대해 계속 고민한다. 그는 여성에 대한 논문을 찾아보며 신체적, 정신적인 것들도 이유로 고려해보지만 결국 맘에 드는 결론은 내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결론을 알고 있다. 여성이 경제력을 쥐지 못하는 이유는 '여성이 경제력을 쥘 수 없게 판을 짜 놓은' 가부장제 틀 안에서 여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100년 전 버지니아 울프가 쓴 이 에세이를 읽으면 권력이 없는 여성 교수로서 그가 받는 차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씁쓸한 것은 100년이 지난 현재에도 그가 겪는 차별을 나 자신 또한 겪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천천히 변해왔지만 아직 가부장제의 뿌리를 뜯어 없앨 만큼 변하지는 못한 것이다.
서점에 페미니즘에 대한 책들이 깔리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이 이전과 다른 사고방식을 주장하며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가고 있다. 페미니즘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현재. 우리, 여성들의 지위는 과연 아래에 나오는 글 속의 여성들에 비해 월등히 높을까?
버지니아 울프는 모 대학의 도서관에 들어가려고 하지만 곧 도서관 관리인에 의해 출입을 저지당한다. 여성이 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허가증이 필요하거나 남성과 동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버지니아 울프는 도서관에 들어가기를 포기한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이다. 도서관 문밖에 있는 사람(남성과 타협하지 않고 가부장제를 거절하는 사람)과 도서관 문안에 있는 사람(남성과 타협하고 가부장제 시스템에서 안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는 사람) 중 더 불쾌한 사람은 누구일지. 가부장제와 타협하는가, 타협하지 않는가는 현재 페미니즘의 큰 흐름은 리버럴 페미니즘과 래디컬 페미니즘을 생각나게 한다. 현재의 페미니스트들이 하는 고민을 버지니아 울프가 이미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