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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현대사 - 우리의 오늘을 만든 작고도 거대한 36가지 장면들
김태권 외 지음, 팩트스토리 기획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평점 :
근현대사는 대개 투쟁사였다. 독립투쟁과 이념투쟁을 거쳐 어렵사리 정부를 세운 후로도 투쟁은 이어졌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양대 목표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 하는 투쟁. 가끔은 조금 피로하기도 하다. 그런데 한겨레가 최근 재미있는 책을 냈다. 1988년부터의 현대사를 담았단다. “현대사”를 주제로 33년간 쓰인 한겨레와 한겨레21의 기사들에서 다빈도 키워드를 추출해서 각 1편의 짧은 글로 구성했다고 한다. 그렇게, 밀레니얼 세대가 나고 자란 시대, Z세대에겐 기본이 되어버린 사회경제문화적 환경들이 이 책에 소소하게 모였다.
어린 날 아빠 팔베고 졸린 눈을 끔벅대며 들었던 TV 속 이야기가 대충 어떤 이야기였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만가만 넘기는 책장이 어느새 술렁술렁 넘어가 있다. 학창시절 동분서주하던 정치인들의 당시 모습도 그려보고, 지금도 회자되는 기업 성공신화들도 조망해본다. 지금까지도 기세가 형형한 기업들부터 어느 새 우뚝 자라난 IT기업들, 역사 뒤편으로 사라져버린 기업까지. 특히 사회 파트에서 다루는 키워드들은 변화의 정점이다.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이 정말 다르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참, 중간중간 들어간 사진자료들도 흥미롭다.
한겨레의 자취를 따라, 남아있던 숙제를 공개하고 해결하려고 시도한 현대의 현대사가 이어진다. 국민보도연맹이며 4.3사건, 베트남전쟁의 과오가 드러나고,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성장과 분배의 문제를 고민하고, 소수자(양적/질적)와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문제들을 고민하는 그런 시기. 앞으로는 어떨까 자연스럽게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시도였다.
🧵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