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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서사 ㅣ 교유서가 어제의책
오카 마리 지음, 김병구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3월
평점 :
이해를 하기보다는, 질문이 생기는 책들이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구성된 현실을 기억한다. 오카 마리는 언어를 통해 기억된 현실이 본질을 잘못파악하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언어가 사건의 본질에 주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게 되는 것은 자극적인 이미지다. 우리가 언어를 통해 기억하고 있는 사건 전후의 맥락이 모조리 거세된채, 지극히 단편적인 기억만을 가지고 살 수도 있다.
"사건의 표상 불가능성이라는 문제, 즉 '사건'은 언어화될 수 없다는 문제였다. '사건'이 언어로 재현된다면 반드시 재현된 현실 외부에 누락된 사건의 잉여가 있다는 것. 사건이란 항상 그와 같은 어떤 과잉을 잉태하고 있으며 그 과잉이야말로 사건을 사건답게 만들고 있는 것일 터다."
"사람이 사건을 영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사람을 영유한다. 기억도 그러하다. 즉 사람이 사건의 기억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사람을 소유한다."
읽다보면, 솔직히 의문이 들기도 하다. 도대체 저자가 이야기한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언어를 극복한 기억은 존재하는 지 반문하고 싶다. '기억, 서사'를 읽다보면, 우리는 영원히 기억하고 있는 사건의 본질에 다가설 수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사건 속에 있을 때나, 사건 밖에 있을 때나...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느껴진다. '그럼 도대체 어쩌라고요?'라는 원망 섞인 생각이 들었다.
이런 원망이 떠오를 때, 이 책에서 주요하게 언급되었던 두 가지 사건이 떠올랐다.
팔레스타인에서 발생했던 '탈 자아타르'와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종군위안부. 저자는 유태인들이 피해자였던 홀로코스트는 모두가 기억하지만, 유태인들이 가해자였던 탈 자아타르는 망각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여긴다. 종군위안부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다. 이것을 외면하는 것은 폭력이다.
오카 마리는 기억의 폭력에 저항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기억과 사건을 의심하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