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어보면 오에 겐자부로의 평생의 궤적이 보이는 것 같다.
작가 자신이 직접 골라서 따로 엮은 단편집이라니, 60년 가까운 세월동안 썼던 수많은 단편들 중에서 '이것만은 읽어 주시오.'하고 직접 건네 받은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지금까지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초기 작품이 신선하다.
조금도 난해하지 않고 술술 잘 읽힌다.
이렇게 잘 읽히는 오에겐자부로가 있었다니 놀라울지경이다.
그 중에서도 '사육'이 제일 좋았다.
총소리 한 번 나지 않지만
전쟁의 비극을 이 만큼 잘 그려낸 소설이 있을까?
산속에 추락한 전투기 조종사 검둥이 군인과 산골 소년들이 한 여름 동안 빚어내던 디오니소스적인 축제가, 어른들의 손에 의해 산산히 해체된다. 검둥이 군인은 머리가 박살나고 산골소년 '나'의 손 하나가 결단나며 피칠갑으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 충격적이다. 전쟁의 비극과 잔인함에 저절로 몸서리가 났다.
'사자의 잘난 척' '남의 다리' '인간 양' 도 좋았다.
읽으며
'맞아, 맞아... 이런 인간 있지.' 하는 생각에 몇번이나 웃음을 터뜨렸는지 모른다.
특히 '인간 양'을 읽으며 곤경에 처한 사람과 그 사람을 대하는 주위의 태도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여러가지로 시사점을 던져주는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