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인의 고통 ㅣ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사진은 전문적인 훈련이나 수년 동안의 경험을 지닌 사람일지라도 전혀 훈련받지 않고 경험 없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이점, 즉 아마추어들로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이점을 갖게 되는 건 아닌 유일한 주류 예술이다. 그 이유는 다양한데, 특히 우연이 사진 촬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무의식적이고 거칠며 불완전한 것을 둘러싼 세간의 선입견도 이에 일조한다.
사진이 소박한 대상으로 이해되든지 경험이 풍부한 숙련자의 작품으로 이해되든지 간에, 사진의 의미는 그 사진이 얼마나 공명을 불러일으키냐에 달려 있다.
주최자의 아이디어, 주최 시기와 장소, 헌신적인 대중들이 이 전시회를 뭔가 특별한 일로 만든 것이다.
끔찍한 사진들은 이 세상의 미개한 곳과 뒤떨어진 곳 간단히 말해서 가난한 나라들에서야 이런 비극이 빚어진다는 믿음을 조장할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의 이런 관행은 이국적인 인정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행위.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진들의 촛점, 모든 것을 그들의 무능함으로 환원하는 그 촛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전쟁 사진을 통해서 동정심, 연민, 분개등의 감정을 착취한다는 쟁점들, 그리고 기계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자극해 댄다는 쟁점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범상치 않고 통탄해 마지 못할 재앙의 광경만큼 사람들이 열심히 좇는 광경도 없다 - 에드먼드 버크 -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도 증명해 주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연민은 어느 정도 뻔뻔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대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쌓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휘저어 놓는 고통스런 이미지들은 최초의 자극만을 제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