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앤드 앤솔러지
전건우 외 지음 / &(앤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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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은 출판사 넥서스에서 만든 문학브랜드 앤드의 두 번째 단편 모음집이다. 현재까지 3권의 책이 출판된 이 시리즈물은 각 권 마다 ‘23살’, ‘집’, ‘메타버스’라는 주제로 여러 작가들의 단편을 선보이고 있다. 출간 순으로 하면 ‘이상한 나라의 스물 셋’이 가장 먼저 나오고, ‘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메타버스의 유령’ 순인데 ‘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으로 처음 접하게 됐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공포라는 장르와 제목 때문이었다. 익숙해서 당연시되는 것들을 뒤트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집과 공포라니 보자마자 관심이 갔다.

책은 두려움과 불안을 일으키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주제로 4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단편인 전건우 작가의 ‘누군가 살았던 집’은 ‘내가 이사 오기 전 이 집에서는 누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다’는 데서 느낄 수 있는 불안을 다룬다. 새로 지은 건물로 입주하는 게 아닌 이상 우리는 모두 타인이 살았던 공간에서 살게 된다. 알 수 없는 과거에 괜한 두려움을 느끼는 건 한국 뿐만은 아닌지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벽에 숨겨져 있던 시체’ 괴담을 접할 수 있다. 이유 없이 두려워지진 않는다. 원인 모를 악취, 얼룩과 같은 과거의 흔적들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생각이 이어질수록 최악의 경우가 뇌리를 파고든다. 신축이 아닌 이상 우리가 살고 있는 집들은 모두 각자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 평범함이 ‘누군가 살았던 집’을 더 공포스럽게 만든다.

정명섭 작가의 ‘죽은 집’은 특수청소를 업으로 삼은 주인공들을 내세워 고독사와 전세 사기라는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단편의 제목은 문자 그대로 사람이 죽은 집을 표현하는 말로도 쓰이지만 작가는 누군가의 이기적인 욕망에 의해 하루 아침에 내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집도 죽은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결말은 지극히 소설적이지만 그래서 위로가 되기도 한다.

세 번째 단편인 정보라 작가의 ‘반송 사유’는 수록작 중 가장 불가사의한 공포물로 재미있게 읽었다.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이메일만 기술하는 작법도 흥미로웠다. 인물들에게 무슨 사건이 벌어졌는지 독자는 이메일이 발송된 시간, 내용을 통해서만 유추할 수 있고 제한된 단서들이 퍼즐처럼 맞춰질 때 서늘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단편집의 마지막 문을 닫는 정해연 작가의 ‘그렇게 살아간다’는 딸의 시점에서 엄마를 의심하게 만들며 습자지 위에서 퍼지는 먹물처럼 불안을 키운다. 장기 투병환자 가족의 삶을 다룬 이 마지막 단편의 서술방식은 공포 장르적이지만 장르를 걷어내 보면 꽤 서정적이다. 섬뜩하다가 안타까워진다. 그래서 긴 여운을 남긴다.

네 개의 단편 모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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