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끝
미나토 가나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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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은 서두에 완결이 나지 않은 단편 소설로 시작한다. 그 끝을 독자의 상상에 맡긴 채 다음 장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화자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화자들은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누군가에게 미완의 단편소설을 건네받고 각자 결말을 상상한다. 저도 모르게 이야기의 이어달리기에 참여한 셈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조연으로 활용만 당하진 않는다. 저마다의 고민, 선택, 겪은 상처와 사랑 등을 그리며 그들이 주인공인 각각의 삶을 생동감 있게 그리면서도 건네받은 미완의 단편 소설이란 소재로 이야기들을 재치 있게 엮고 있다.

 

이야기의 끝은 꿈꾸는 사람에 대한 소설이다. 문제의 단편 소설에서도, 이 글을 읽는 7명의 인물들도 모두 꿈과 얽힌 문제에 봉착한다. 꿈꾸었다 좌절하고, 바라던 것을 이루었으나 결실이 기대하던 것과는 다르기도 하다. 꿈꾸는 누군가를 전력으로 응원하기도 하고 시기심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당장 옆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 응원하는 사람에게서도, 꿈꾸는 사람에게서도 한번씩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꿈꾸는 사람들의 천태만상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상황 속에 처한 인물들을 통해 꿈을 꾸는 방법에 왕도가 없고, 꿈을 꼭 성취해야만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건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출판사의 소개글처럼 미나토 가나에의 전작들과 달리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온정 가득한 이야기지만 서스펜스의 달인답게 이야기 전개는 박진감 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다음은 어떤 방식으로 소설이 건네질까 호기심을 부추겨 마지막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앞으로 그가 어떤 장르의 글을 쓰건 믿고 책장을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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