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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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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온 지는 2~3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왜인지 중간 쯤 읽다가 지루해서 덮어버린 냉정과 열정사이.

 

확실히 한살 두살 먹을수록 읽는 스타일도 달라지는 듯 하다.

몇 년 전에는 일본 문학 특유의 담담한 문체가 지루하게만 느껴졌는데,

요즘은 조용하고 담담한 일본 문학이 좋다. 굳이 감정을 격하게 표출하지 않지만

부드럽고 차분한 서술 방식.

 

인터넷을 찾아보니 냉정과 열정사이는 로소, 블루 한 권씩 번갈아 읽는게

숨겨진 복선과 미묘한 감정변화를 느낄 수 있어서 더 재밌다하여 블루부터 번갈아 읽었다.

어찌 보면 뻔한 스토리지만 나는 확실히 연애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가 이렇게나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새삼.

 

아오이는 싸운 날 쥰세이가 무슨 색 옷을 입었는지를,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를 기억한다.

쥰세이는 둘 사이의 굵직한 사건들, 그리고 중요한 약속들을 기억한다.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은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둘이 다시 만났지만, 며칠을 같이 지내다가 결국 다시 헤어진다는 부분이었다. 8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극복할 수 없었다는 것.

 

 초등학교 4학년 때 죽고 못사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전학과 이사를 가면서 꼬깃꼬깃 쓴 자신의 집 전화번호 쪽지를 쥐어주고 갔는데 며칠 안 가 그것을 잃어버렸고 우리의 연락은 단절됐다. 그 때는 핸드폰은 꿈도 못 꾸던 시기였고 서로를 찾을 방법은 없었다.

 

그 후로 아오이와 쥰세이처럼 정확히 8년만에 연락이 닿았다. 그 친구가 페이스북으로 흔하지 않은 내 이름을 검색하여 찾아냈더랬다. 우리는 기뻐하며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서로 앞으로 너와 붙어다니겠다. 못다한 얘기를 하고싶다. 반쪽을 다시 만난 기분이라는 말들을 주고받았지만

정말 8년은 너무 길었다. 집도 서슴없이 드나들던 사이에서 어색한 사이가 되어있었고, 이미 각자 친한 친구들이 생겨버렸고, 이미 너무나 다른 추억들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만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 동안 딱 한 번 만났다.

 

그렇게 절실히 사랑하던 아오이와 쥰세이도 8년을 극복하지 못했고, 앞으로 우리 사회는 더 빠르게만 지나가서 1,2년만 흘러도 다들 너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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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직전의 우리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4
김나정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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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 들렀다가 눈에 확 띄는 표지 때문에 집어들었다가,

마침 마감 시간이 다 되어가는 탓에 읽어보자 하고 결제했는데

속독을 못하는 내가 단숨에 읽어내려갔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한 책이었다.

이 책의 주요 키워드는 복수다.

 

12살에 희자의 딸 나림을 향한 동경과 애착이 증오로 변해 나림을 살해한 선주로 인해

두 가정 모두 파탄나고 20여 년 후 엄마가 된 선주를 다시 찾아온 희자로부터 소설이 전개된다.

스토리는 하나지만 저 살인사건에 관하여 나림, 선주, 희자 등등 여러 관계 인물의 눈에서 본 1인칭 이야기가 각각 전개되기 때문에 구조가 매우 입체적이고 사건에 관한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했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딸 나림이가 죽고 희자와 그의 남편 또한 잦은 충돌로 인해 갈라서게 되는데, 희자는 남편을 돌멩이 같은 사람이라 말하며 그가 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남편은 희자를 스스로를 불행한 사람으로 만든다며 자신도 힘들고 우울한데 왜 억지로 괴롭히려고 하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서로 대립하는 이들의 입장이 각각 입체적으로 조명되어 읽는 맛이 있었다.

 

특히 드라마를 보는 듯 매우 세밀하고 정교한 여러 장치와 표현들이 존재했는데,

이들은 모두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고 있어 읽는 내내 찝찝하고, 공감되고 마음이 쓰라렸다.

 

마지막에 엄마가 된 선주가 희자가 빼돌린 아들 안도를 찾으려 희자와 담판을 벌이다

결국 자신이 다 끝내겠다며 자살 시도를 한다. 이때 희자가 말리며 아들은 어찌 살라고 이러냐는 부분에서 지긋지긋한 이들의 복수가 끝났음을, 진정한 복수는 용서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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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양장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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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입문작.

특유의 어두침침하고 우울한 분위기 때문에 일본 문학을 잘 읽지 않는

나의 편견을 없애준 작품.

 

스토리는 잘 읽히지만 함축적이고 스스로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쉽게 읽은 소설은 아니다. 카프카와 나카타의 관계가 밝혀지는 하 권보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각각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상 권이 더 수월하게 읽힌 것 같다.

다 읽고 난 다음에는 다른 세계에 다녀온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근친'이라는 소재는 아직까지 나에겐 어렵다.

또한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많다.

나카타의 과거 집단혼수사건 이야기는 왜 그렇게 길게 서술된 것인지,

카프카는 무엇을 원하고 근친을 저지른 것인지,

카프카가 신사 뒤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옷에 묻어 있던 피의 정체는 무엇인지,(개인적으로

이 부분의 해답이 가장 궁금했는데 전혀 나오지 않았다. 사실 카프카와 나카타가 동일인물이고

카프카가 이중인격을 겪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했는데 하 권을 읽으면서 아닌 것을 깨달음)

등등 여러가지... 두 세번 더 읽어봐야 아마 나만의 이해가 생길 듯 하다. 

 

개인적으로 호시노가 제일 맘에 드는 캐릭터다.

망나니 청년이었던 호시노가 순수한 나카타와 동행하게 되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변하는 모습이 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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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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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추리 소설은 많이 접해 본 적이 없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지겹도록 들어 본 이름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라는 심오한 제목이 합쳐져 묘하게 끌렸다.

 

사실 이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키워드는 알고 읽기 시작했다.

바로 열 명의 인디언 소년 이라는 노랫말에 맞추어 인디언 섬에 모인 열 명의

사람들이 차례로 살해당한다는 것.

 

다 읽은 나의 소감은, 솔직히 그냥 그랬다.

열 명의 주인공들 중 한 명이 살해당하며 살인쇼의 서막을 올린 그 날 밤부터

이들에게 식료품과 생필품을 제공하러 오는 배가 완전히 끊겨 버린다.

거의 무인도나 다름없는 밀폐된 섬의 저택 하나, 종잡을 수 없는 살인자,

외부에 나갈 수 있는 배도 또한 들어올 배도 없다.

이 세 가지 조화가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엄청나게 복잡한 심리 묘사가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부족하니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그들에게 이입이 되지 않았다.

 

물론 스토리 자체는 계속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속독을 못해서 책 한권도 2~3일이 걸리는

편인데 그런 내가 알라딘 서점에 앉아서 2시간만에 4/3을 다 읽었으니 전개와 흡입력은 말 다 했다. 추리소설 치고는 괜히 복잡한 복선과 맥거핀이 없어 술술 잘 읽힌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부분은, 나에게 있어선

열 명의 사람들이 모두 과거에 살인자는 아니지만 살해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마음에 짐을 지고도 계속 합리화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이들을 죽인 범인은 모두 이들의 이런 행적을 알고 일부러 인디언 섬에 부른 것이었다. 쏘우가 생각났다.

이들은 죽기 직전까지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괴로워했고 그런 일들을 끄집어내며 서로를 헐뜯었다. 아마 이들의 죽음 반은 자신 스스로를 좀먹은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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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볼 2015-10-09 0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명서는 명서인가봐요. 가독성이 엄청 좋더라고요. 조금은 지루했지만,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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