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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새소설 1
배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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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문장 한문장 천천히 읽는 내가 2시간 만에 완독.
가독성은 말할 것도 없고 흡입력이 이렇게 대단한 소설은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다.

각각의 단편들이 하나의 큰 이야기를 이루는 구성에서
등장인물들의 상황이 짜임새 있게 서로 맞아떨어질 때
재미와 쾌감을 느껴서 이런 구성을 평소에도 좋아한다.
하지만 <시트콤>에서는 그 부분들보다 현재를 정확하게
관통하고 지나간 작가의 화살에서 더욱 재미를 느꼈다.

책이나 영화 등 콘텐츠를 즐기고 나면 타인의 의견도 궁금해서
리뷰를 많이 찾아보는데, 개연성이 없고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이 다분하다, 경찰에 불응하고 기절한 사람을 생매장하려는 등 사회 범주에 어긋나는 이야기들이 뭐가 웃긴거냐 라는 리뷰가 꽤 보이더라.

근데 작가는 글을 맛깔나고 센스있게 잘 썼을 뿐이지 읽다보면
그 상황들을 웃기게 쓰진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웃는 건 독자다.
나는 개인적으로 연아와 엄마가 학업에 관해 극단적으로 부딪히고 치닫는 일련의 과정이 일부 공감되기도 하고 특히 엄마가 하는 말들이
실제로도 들은 말들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읽으면서 굉장히 묘~했다.
정말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먹먹한 현실이랄까.

초반에 테이블 밑에 우스꽝스럽게 자리잡게 된 네 남녀가
마지막에 연아네와 연결되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소름이 돋았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눈물이 나려고도 하고...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크게 감정을 뒤집어놓는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계속 여운이 남고 이대로 잠들면 꿈에 나올 것 같은 그런 소설.
연아가 저질러놓은 사고(?̊̈)들을 작가가 수습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결말로 쓩 흘러가버린 게 더 맘에 들었다. 그 뒤에 어떻게 됐을까는 순전히 독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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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시간들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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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딱 좋아하는 종류의 소설이었다!
잔잔하고, 담담하며 현실적이지만 독자로써 하여금 약간은 들뜨게 만드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김희진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해봤는데 다른 작품도 읽고 싶다.

빨래방은 나에겐 낯선 곳이었다. 물론 주변에서 많이 보긴 했지만 가족들과 사는 집에, 또 자취할 때도 세탁기가 있었기에 굳이 가 본 적이 없다. 이 소설을 읽고 빨래방을 가 보고 싶어졌다. 나는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한날 한시에 같은 공간에 모이게 된다는 것 자체를 평소에도 신기하게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들끼리 그 공간을 암묵적인 모임 장소로 생각하고 친해진다는 스토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너무 사랑스럽고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최주원과의 러브라인이 이어지지 못한 채 마무리가 된 건 조금 아쉬웠지만... 다 읽고선 가름끈 도둑 얘기는 왜 나온 건가 싶었는데, 가름끈을 잘라 훔쳐간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는 오주의 말에 가름끈 도둑 또한 만남과 이별이라는 키워드에 자리한 필수불가결한 등장인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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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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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여러가지 환상적인 요소들로 이뤄져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각종 문화적인 부분에서 다양한 각색과 2차 창작이 번지고 있는 동화다. 특히 앨리스와 시계토끼의 조합은 일러스트로도 종류를 망라한 여러 상업적인 물건으로도 단연 환영을 받고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앨리스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다른 동화와는 다르게 묘하게 기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몸뚱이가 커진 앨리스의 머리가 집 창문 바깥으로 튀어나온 삽화가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을 시작으로 나중엔 이상한 세계에 홀로 떨어져서 난폭한 여왕을 상대로 빠져나가야 하는 앨리스의 처지에 공감 능력을 십분 발휘하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나에겐 어딘가 무섭고 뒤틀린 동화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앨리스 죽이기>를 읽게 되기까지 짧지만 살짝 고민을 했던 것도 같다. 훅훅 빠져드는 추리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나인지라 이 소설의 프롤로그는 그야말로 잘 차려진 밥상이었다. 검색해서 몇몇 후기와 리뷰를 봤는데, 대체적으로 그로테스크하다, 고어다, 고어호러소설이다 라는 언질이 상당수였다. 나는 고어도 좋아하고 잔인한 묘사도 잘만 삼킨다. 흥미가 돋아 읽어 보았다.

많은 독자들이 언급했던 두 가지 사실은 나와는 좀 달랐다.
첫번째, 앨리스 동화 특유의 등장인물들의 정신나간 대화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분들이 많았는데 나는 그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핑퐁같은 대화가 꽤 재미있고 잘 맞았다.
두번째, 매우 그로테스크하고 고어해 잔인한 묘사가 많이 나와 힘들다는 후기. 내가 고어를 잘 보고 잘 읽어서 그런지 이 부분에서 별로 타격이 없었다. 마지막 메리 앤의 사형 장면이 정말 1차원적으로, 미사여구가 거의 없이 '날 것'으로 표현되는 것에선 뜬금없이 영화 '127시간'이 생각나 내 몸이 저릿저릿 아파오긴 했다.

앨리스 죽이기보다 더 재미있으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독자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추리소설은 많다. 하지만 원래 알고 있던 동화를 뒤틀어 다시 한번 교훈을 주는 이 소설은 참 매력적이었다.
초반엔 일본 문학 번역체 특유의 말투가 조금 거슬렸지만스토리가 재미있어 곧 적응하고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여담으로 도마뱀 빌은 정말 사람 속터지게 하는 캐릭터지만 제일 정이 많이 가고 멍청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그런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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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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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책 소개 페이지의 화려한 프롤로그에 낚였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개가 빨라 지루한 부분이 없고이야기도 개연성 있게 촘촘히 짜여져 있다. 근데 왜 나에겐 기대 이하였을까...?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 평면적이다.
주인공 4총사에 해당하는 가부라기, 마사키, 히메노, 사와다. 분명 이 인물들은 이야기 내에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사방팔방으로 뛰는데 내 머릿속에선 도무지 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보통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가 표현한 이미지에 맞춰 내가 아는 배우를 이입해 영화를 보듯이 읽곤 하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되지 않았다. 중요 인물이자 진정한 주인공에 해당하는 '시온' 이 캐릭터마저 별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없었다. 자신이 벌인 이 크나큰 일들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구구절절히 얘기하는데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그저 옆에서 가볍게 귀를 후비며 아, 그래?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솔직히 프롤로그 부분에서 정체를 알 수 없고 뭔가 굉장한 떡밥이 될 것 같았던 일기, 싸이코패스가 저지를 것 같은 너무나도 완벽하고 깔끔한 범행들에서 한껏 부풀어오른 기대가 이야기 후반부에 갈수록 맥없이 풀려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상상도 못한 반전에, 충분한 서스펜스가 있었지만 어째서 내 기대에 미치진 못했는 지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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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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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욕망의 앞에서 인간의 본성은 얼마나 추악해질 것인가.
엄청난 큰 사건이나 반전 없이, 나름 잔잔하게 풀어져 가는 스토리 속에서 주인공이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것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한다는 게 참 곤욕이었다. 주인공인 행크가 점점 더 많은 사람을 살해하게 되면서, 돈을 안전하게 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합리화를 무서우리만치 스스로에게 세뇌하며 그야말로 물질 앞에 무릎꿇은 괴물이 된다. 읽어가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행크의 합리화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도 참 무서운 사실이었다. 그만큼 작가의 역량이 뛰어나단 거겠지. 사실 결말은 행크가 이렇게 고생한 만큼 죄책감과 불안을 떠안고 살더라도 아내와 함께 백만장자로 어디 먼 곳에서 새 시작을 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도 생긴 것 같다. 책 초반부에 행크가 만약 440만 달러를 손에 쥘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음을 했을 당시에 주인을 찾아줘야 하지 않겠냐고 응당 도덕적인 대답을 했던 아내 또한 일이 진행될수록 행크의 살인을 묵인하고 돈에 더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점도 생각해 볼 만한 값진 포인트였다. 장장 87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고(e북이어서 그런가..) 결국 마지막에 이들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가 너무 궁금해서 놓을 수 없었던 책. 스콧 스미스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데뷔작 치고 인물의 심리묘사가 독자까지 심연으로 함께 끌어당길 정도로 섬세하게 잘 되어 있다.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인 <폐허>는 더 찝찝하고 무거운 분위기라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다. 정유정 작가 작품 특유의 전반적으로 끈끈하고 뜨끈한 비가 내리는 것 같은 찝찝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심플 플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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