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주말, 나는 한권의 소설만 읽었다.  책 한권에 미치도록 취해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다른 할일들을 다 제쳐둔채 그저 책을 읽는 것에만 몰두했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평온을 되찾은 듯했고 모든 것이 고요했고 아름다웠다. 내게 이런 주말을 선물해준 책은 바로 강영숙 작가님의 장편소설인 "라이팅 클럽" 이다. 사실 "흥미롭게" 읽은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책이 매우 흥미롭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책을 덮어버리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책을 붙들고 있었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씻지도 않고,밥을 먹으면서도, 잠자리에 누워서도 이 책을 손에 붙들고 놓지를 않았다. 그렇다. 나는 그냥 이 책에 푹 빠져버렸다. 
 

            작가로서의 꿈을 키워가는 두 여자의 삶, 자신의 엄마인 김 작가와 매우 비슷한 길을 걷는 듯한 영인, 그리고  글쓰는 것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가는 듯한 두 모녀의 방황과 새로운 것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을 지켜보면서 삶이란 어떤 것인지, 글을 쓴 다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되돌아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도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무엇이든 묘사를 하려했고 그 묘사에 나의 사고를 덧붙이려 한다. 이를테면 오늘 학교로 돌아오는 전철에서, 또 기차안에서 창문밖으로 내다 보이는 시골의 가을 풍경들을 보며 몽상에 빠지기도 했다. 영인이 혀를 데일 때 떠올렸던 문장들처럼, 기막한 순간들이 내게도 흐릿하게나마 지나가는 듯 했다. 회상에 잠겼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 너무나도 다른 그 두곳을 넘나들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이다. 어쩌면 나는 지금 상상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작가가 되려면, 글을 쓰려면, 열악한 환경을 천국의 세계로 만들어 주는 상상이 필수요소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배가 불러도, 너무 배가 고파도 글을 쓸 수 없는거라면, 그 사이의 평정을 유지해야 하는 거라면,  난 그렇게 하겠다.

 

             김 작가, 그녀가 정말 돈 키호테처럼 미쳤다가 돌아왔을 때, 나 역시 영인과 다른 사람들처럼 그녀가 정말 곧 죽을거란 생각에 눈물이났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리지 않았다. 그녀는 글을 더 쓰고 싶었기 때문에. 글을 향한 열정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 마음하나로 어려운 병을 이겨낼 수 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결말을 알려주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건 결과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당신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으로 느끼는 결말들이, 독서 후의 결과들이 훨씬 더 크나큰 파장을 일으킬테니까. 어쩌면 당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게 할 지도 모르는 엄청난 위력으로.

 
지금 이 글은 뒤죽박죽 엉켜있고, 무슨말인지 통 이해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어떤 미치광이가 그저 지쳐 떠드는소리로, 소음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도 "라이팅 클럽"을 읽어본다면, 클럽의 일원이 되어본다면, 당신은 나를 이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번 라이팅 클럽에 들어가게 되면, 절대로 탈퇴할 수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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