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를 권리 : 폴 라파르그 글모음 - 필맥 휴대책
폴 라파르그 지음, 차영준 옮김 / 필맥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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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게으름이여, 이 오랜 고통에 자비를 베푸소서! 예술과 고귀한 미덕의 어머니인 게으름이여, 이 인간의 고통에 위안이 되어 주소서!


'왜' 라는 질문의 필요한 시간

기술발전과 노동력 향상으로 인해 우리는 기존에 10시간 걸리는 일을 5시간으로 단축시켰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더욱 여유로워졌는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남은 5시간에 더욱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자기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노동으으로 채찍질한다. 자본주의 시대는 생산과 성과에 초점을 맞추며, 근면함을 최고의 가치로 평가하며 게으름을 죄악이라고 치부한다. 과연 이것이 옳은가? 맹목적으로 사회에 만연한 가치를 받아드리기 전에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한다. 자기 자신을 노동으로 혹사 시키기 전에 '왜'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기존의 가치를 다시 고려할 때에 비로소 우리는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우리는 '왜’ 노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그것은 언제나 옳은 것인가?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지난 과거 게으름의 필요성을 주장하던 철학가 폴 라파르크를 통해 심도깊은 '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자.



부지런함은 언제나 최고의 가치인가?

부르주아는 자신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계층의 무사고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종교, 사상가 들과 결합한 부르주아층은 '게으름 = 죄악, 부지런함 = 미덕' 이라는 사고를 모든 시민에게 교육한다. 이렇게 세뇌된 가치들은 노동자들을 더 많은 시간 근로에 묶어 놓는 완벽한 방법이었다. 노동의 가치에 세뇌된 노동자 계급들은 게으른 동료를 비난하고, 심지어는 부지런하지 않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이렇듯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치를 따르는 것이 언제나 옳은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사상이라는 말인가!



게으름은 죄악이며,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가?

노동 시간을 줄인다면 오히려 생산성은 높아질 것이며, 인간의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게으름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수단이자, 게으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쾌락은 삶의 목적이다. 실제로 그리스 로마 시대의 철학자들은 노동 계급이 아닌 게으른 계층이었고, 많은 예술가들 또한 그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행동이 가장 많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라는 말처럼 게으름은 무행동의 표상이 아닌,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노동이라는 가치에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가며 자신의 체력과 정신을 마모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노동시간이 줄어든다면 마치 큰 재앙이 일어날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는 어떠한가? 영국에서 하루 10시간 이하로 노동시간을 제한하였을 때 그들의 생산성은 오히려 더 높아졌던 결과는 그들의 주장을 반증한다. 게으름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무가치한 시간이 절대 아니다.




현대판 게으를 권리

우리 사회는 부지런함이 언제나 최고의 가치가 될 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기 자신을 마모해가며 자신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끊임 없이 경쟁한다. “누구를 위한 경쟁인가? 사회에 만연한 성과주의로 인한 자신을 마모해가며 생활하고 있지는 않은가? “ 라는 대답에 정확한 답변을 하지도 못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혹사한다. 이런 사유없는 행동은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의미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라도 (이미 어느순간부터 이런 사상은 나의 일부가 되었지만) 내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위대한 게으름과 친해지는 향유의 시간을 만끽하겠다. 그리고 크게 웃으며 말하겠다. 아 게으름이여, 위대한 게으름이여. 나는 오늘도 웃습니다.



책을 읽으며 버트런트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 이라는 책과 강신주 철학박사의 '강신주 다상담 - 일' 이 오버랩 되었다. 이 리뷰를 읽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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