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살아난 거 잘 살아보기로 했다 나의 오늘 3
채원 지음 / 더블:엔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초록불에 길을 건너다 미친 버스에 치여 전신이 11군데 이상 골절되고 1년 반을 병원에 갇혀 치료받아야 한다면?

omg.. 실화다. 실화야.
심지어 회복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연출되지도 않고 막말하는 의료진, 무례한 간병인, 굳이 찾아와 속을 긁어놓는 친구들, 예의없는 환자들과 가족들.. 등등. 읽다보면 '어떻게 미치지 않고 버텼지?'하는 존경심마저 들 정도.

좋은 사람들도 만났다고하지만,
사고를 통해 나를 돌보며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을 통해 일상의 작은 일들에 감사하는 법을 익혔다고 하지만,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 왜 나만? 내가 뭘 잘못해서??

책 제목이 '이왕 살아난 거'가 아니라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거'로 바껴야 할 것 같다. 어쩌다보니 짜잔. 제2의 인생이 펼쳐졌습니다~가 아니라
지금의 채원님은 죽을똥살똥 안간힘을 다해 아작난 뼈를 붙이고 바스라진 멘탈을 붙들고 조각난 마음을 꿰맨 결과이기 때문.

만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절망만을 살던 그가 책에서 가장 자주 쓰고 많이 쓰는 말이 '감사하다'는 말이다. 어린 나에게 큰 상처와 공포를 주었던 부모님도 감사, 늘 열패감에 젖게 했던 동생에게도 감사, 네 식구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 수술 후 여기저기 꿰맨 흉터들을 보면서도 감사, 새로운 꿈을 갖게 되어 감사, 지난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사, 인연을 분별하는 눈이 생겨 감사...

책이나 TV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아니더라도 내가 모르는 영웅들이 참 많구나, 생각하게 해 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왕 살아난 거 잘 살아보기로 했다 나의 오늘 3
채원 지음 / 더블:엔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전신 11군데 골절돼봤나? 아님 말을 말고~~ 억울한 사고로 온몸과 마음이 부서져 1년 반을 재활하며 어떻게 버텼을까... 읽으면서 참.... 찡하고 울컥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룻밤에 읽는 심리학 - 우리가 알아야 할 심리학의 모든 것
조엘 레비 지음, 한미선 옮김 / 유엑스리뷰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선!! 작가님과 출판사측엔 죄송하지만
소올직히, 전 하루만에 못 읽었어요. 🤣🤣
그건 엄마껌딱지 딸아이와 하루종일 함께하는 육아맘 현실때문이기도 하고, 아이가 잘 때 집안일을 끝내놓고 깨어있는 틈에 짬짬이 읽어야하는 제약때문이기도 해요.
그럼에도 틈새독서 로 2.5일만에 읽었습니다 🙆‍♀️
그만큼 어렵지 않게 심리학을 풀어냈다는 뜻이겠죠?

대학시절 교육심리 수업을 들었던데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심리학 책을 즐겨 읽다보니 이 책이 더 가깝게 느껴졌어요.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아직도 고생하고 있는 터라 더더욱 내 자신을 돌보며 생활해야 했거든요.

우리가 느끼는 행복, 기쁨, 슬픔, 외로움, 공허감, 우울, 불안.. 등의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사는 이유가 행복하기 위해서일까요? 그렇다면 행복이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삼십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고
이제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어른'이지만
아직도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왜 특정감정에 지배당하는지,
이 깊은 무력감과 지독한 우울감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해야 좋을지 모르겠을 때가 너무도 많아요.
SNS 속 다른 사람들은 너무도 잘 살고 있고 행복해보이는데 말이죠.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심리학(을 빙자한)책들이 쏟아지지만 정작 제.대.로.된 심리학책을 만나기는 힘들어요.
사실, 심리학은 "가설-실험-객관화된 연구결과"로 이루어진 <과학>이거든요.
'지금부터 내가 네 마음을 맞춰볼게.'같은
근거없는 때려맞추기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책은 인간의 뇌에서부터 시작해서 행복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심리학계에서 논의된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간략하고 핵심적으로 소개해두었어요.(역시 심리학이라면 뇌🧠 호르몬부터죠!)

게다가 진짜 좋은 점은 줄간격이 넓고
여백이 많아요 👌 짱짱!!
책 알러지 있는 분들도 시작하기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ṑṑṑ

한마디로 평하자면,
일반인 비전공자가 읽기에 좋은 심리학 개론서 같아요. 여기에 나온 내용들 중 더 알고 싶거나 궁금한 부분은 다른 루트로 심화해서 공부해나갈 수도 있겠죠. 또는 우리가 심리학에 대해 피상적으로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들도 바로잡을 수 있겠고요.

코로나19로 집콕 시간이 무한정 길어진 연말, 이불 속에서 귤까먹으면서 컴팩트한 심리학책 한 권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
퍼트리샤 포즈너 지음, 김지연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루마니아에서 약사이자 약품 판매사원으로 일하던 평범한 이웃 카페시우스.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자신과 잘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유용성이 없을 시 손가락 하나로 가스실로 보냈다.

.

"일하고 싶소?"
- 더이상 못합니다. 너무 늙었어요.
그러자 카페시우스가 왼쪽을 가리켰다.
"일하고 싶소?"
- 그렇습니다.
카페시우스가 오른쪽을 가리켰다.

.

<사람을 좋아하고 친절하며 다정다감함 그 자체>였던 카페시우스는 훗날 아우슈비츠에 훌륭히 적응하여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일지 선별하는 작업에 당당하게 자리했다. 그는 <악마> 그 자체였다.

나치와 대기업의 협작으로 만들어진 치클론 B를 비롯한 각종 화학약품들은 대량살상무기이자 각종생체실험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기업은 이윤을 좇았고 권력은 자신들의 보존과 번영을 좇았다. 그들에게 수많은 유대인과 희생자들은 실험용 쥐만도 못한 존재였다. 하루에도 수십대씩 수감자를 꾸역꾸역 실은 열차가 아우슈비츠로 들어왔다. 쌓인 시체를 대신할 수 있는 인력이 매일 충원되었다.

한편, 나치 장교들은 자주 가족들을 아우슈비츠로 초대해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고 일광욕을 하는 등 단란한 시간을 즐겼다. 몇 Km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부터 시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수감자들로부터 탈취한 의약품, 귀금속, 그 외에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은 모두 착취의 대상이었다. '사람 좋은 약사 아저씨' 카페시우스는 금품갈취에도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그는 부하들을 시켜 가스실에 쌓인 시체에서 금니를 채취해 골드바를 만들었다. 전쟁 중에는 금만큼 믿을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의 철저한 준비성은 훗날 그가 나치의 전과를 지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전세가 기울면서 나치 지도부는 아우슈비츠의 흔적을 지우기에 급했다. 시간이 부족했다. 수많은 기록물을 파쇄하고 시체구덩이를 폭파하고 남은 유대인들을 가능한 빨리, 그리고 많이 죽였다.

연합군의 승리로 상황이 역전되자 지난날의 용사들은 과거를 지우거나 각색하거나 신분을 세탁하거나 제3의 장소로 도피하는 등 제각기 살 길을 찾았다. 카페시우스도 "탈나치화" 과정을 철저히 밟아 '자신은 선량한 시민이며, 전쟁 당시 상부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럼에도 수감자들의 안전과 위생에 최선을 다했다, 결코 선별작업이나 생체실험 등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법원과 스스로에게 세뇌했다.

.

"나는 양심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랬다면 일찌감치 도망을 갔겠죠." 체포 직후 보거는 이렇게 말했다. 보거의 아내는 한 독일인 기자에게 그녀도 남편과 함께 아우슈비츠에서 살았다고 말했다. "그들이 말하는 그런 짓을 저희 남편이 저질렀을 리가 없어요. 그 사람이 어떻게 아이들을 죽일 수 있었겠어요? 우리에게도 자식이 있는걸요."

.

이책을 읽으며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만큼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유대인 수백만 명을 죽음의 수용소로 보낸 장교, 아이히만은 우리처럼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를 가진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이히만과 카페시우스의 말대로 그들은 거역할 수 없는 상관의 지시에 충실히 따랐을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생사를 결정할 권한같은 건 없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덕이든 윤리든 인간성이든 양심이든,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고 자신의 이익을 취했다.
전범자들이 끝까지 오리발 내밀며 무죄판정을 받기 위해 수작부리는 모습을 보면서 격분하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어제와 오늘이 이어져있기에
어제의 잘못을 바로 잡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어제의 과오를 내일 또 번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렇기에 수많은 카페시우스들은 마땅히 죄값을 치러야 한다. 카페시우스는 과연 미꾸라지처럼 처형 위기에서 빠져나왔을까? 아니면 죄악에 상응하는 형벌을 받았을까? 그의 최후를 꼭 직접 확인하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의 마지막 말들
박희병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책은 말기암과 알츠하이머 인지장애로 1년여간 투병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말들을 기록해둔 에세이다.

여러 병원을 옮겨다니며 만난 사람들과 생과 사, 고통의 이면 등을 아들이자 학자의 눈으로 성찰했다.

흔히 알츠하이머성 인지저하증(일명 치매라 불리는) 환자를 어린아이 대하듯 낮잡아보거나 성인보다 열등하게 대할때가 많은데 저자는 어머니가 거추장스러운 부분은 다 거둬내고 본질만 오롯이 남은 겨울나무와 같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어머니는 때로는 어린아이시절로 돌아가 '어무이, 아부지!'를 찾거나 '아야!아야!'하고 고통에 신음하기도 하시고, 정신이 맑아지셨을 때는 '아들, 밥은 뭇나(먹었느냐)'하며 아들의 끼니를 챙기기도 하셨고, '(네가 나때문에) 욕본다'고 미안한 마음도 전하셨다. 아흔이 넘은 노모는 병상에서도 학자인 아들의 식사와 공부, 건강을 걱정하고 '나는 괜찮다. 가봐라'고 한사코 자식의 수발을 덜려고 노력한다.

나뭇가지처럼 앙상하게 거죽만 남은 팔다리. 도토리묵 조금, 카스테라 조금, 치즈 약간. 어느날은 그마저도 못 드시고 '어서 가야될낀데 왜 안 죽는지 모르겠다'며 한타하셨던 어머니. 엄마. 우리엄마...

어머니가 죽음에 이르는 시간들을 함께 지켜보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죽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 현재 우리 의료시스템에서 (판단능력이 없는) 환자의 주체적인 죽음은 가능한 것인가, 고통당하는 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마약성 진통제로도 지우지 못하는 통증 속에서도 자식 걱정, 배우자 걱정, 가족걱정을 놓지 못하셨던 어머니. '밥 잘 먹고, 건강하고, 공부 잘 해라.'고 신신당부하셨던 어머니.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울엄마 눈에는 내가 물가에 놓인 어린아이같이 보일테지.

가슴으로 읽는 책이라 책장을 넘길 때마다 먹먹하다. 노모의 마음과 아들의 마음이 같은 주파수로 읽는이의 눈시울을 때린다. 삶이란, 죽음이란, 가족이란 대체 무엇이기에 이리도 소중하고 가슴 저린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