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말들
박희병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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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말기암과 알츠하이머 인지장애로 1년여간 투병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말들을 기록해둔 에세이다.

여러 병원을 옮겨다니며 만난 사람들과 생과 사, 고통의 이면 등을 아들이자 학자의 눈으로 성찰했다.

흔히 알츠하이머성 인지저하증(일명 치매라 불리는) 환자를 어린아이 대하듯 낮잡아보거나 성인보다 열등하게 대할때가 많은데 저자는 어머니가 거추장스러운 부분은 다 거둬내고 본질만 오롯이 남은 겨울나무와 같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어머니는 때로는 어린아이시절로 돌아가 '어무이, 아부지!'를 찾거나 '아야!아야!'하고 고통에 신음하기도 하시고, 정신이 맑아지셨을 때는 '아들, 밥은 뭇나(먹었느냐)'하며 아들의 끼니를 챙기기도 하셨고, '(네가 나때문에) 욕본다'고 미안한 마음도 전하셨다. 아흔이 넘은 노모는 병상에서도 학자인 아들의 식사와 공부, 건강을 걱정하고 '나는 괜찮다. 가봐라'고 한사코 자식의 수발을 덜려고 노력한다.

나뭇가지처럼 앙상하게 거죽만 남은 팔다리. 도토리묵 조금, 카스테라 조금, 치즈 약간. 어느날은 그마저도 못 드시고 '어서 가야될낀데 왜 안 죽는지 모르겠다'며 한타하셨던 어머니. 엄마. 우리엄마...

어머니가 죽음에 이르는 시간들을 함께 지켜보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죽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 현재 우리 의료시스템에서 (판단능력이 없는) 환자의 주체적인 죽음은 가능한 것인가, 고통당하는 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마약성 진통제로도 지우지 못하는 통증 속에서도 자식 걱정, 배우자 걱정, 가족걱정을 놓지 못하셨던 어머니. '밥 잘 먹고, 건강하고, 공부 잘 해라.'고 신신당부하셨던 어머니.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울엄마 눈에는 내가 물가에 놓인 어린아이같이 보일테지.

가슴으로 읽는 책이라 책장을 넘길 때마다 먹먹하다. 노모의 마음과 아들의 마음이 같은 주파수로 읽는이의 눈시울을 때린다. 삶이란, 죽음이란, 가족이란 대체 무엇이기에 이리도 소중하고 가슴 저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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