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
이주현 지음 / IVP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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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정말 엄마를 미워했다. 아니 증오하며 살았다. 엄마는 가난했고 늘 아프다고했고 나때문에 힘들다고했다. 나는 엄마를 힘들게 하려고 태어난 걸까? 왜 우리집은 이렇게 가난해서 남들에겐 보통인 걸 걱정하며 살아야하나. 삶이 원수같았다.
나는 결혼하지말아야지. 나는 절대 아이를 낳지않을 거야. 나는 결단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다..

하지만 결혼을 했고 어렵게 아이도 낳았고 나도 엄마가 돼버렸다. 아파서 산후조리를 못도와주는 엄마에게 괜히 원망의 화살이 쏟아졌다. 기저귀하나 갈줄도 모르던 쌩초보는 이제 아이 세 돌을 지나 제법 어린이스러운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아줌마가 되었다. 애벌레 같이 작고 연약한 아이를 안고 어르던 그시절보다는 육아가 더 수월해진 게 분명한데 어쩐지 자주 외롭고 울컥 눈물이 치솟다가도 목구멍에서 화로 변하는 것이 영락없이 소리지르는 어미의 모습이다. 오늘도 아이에게 화를 버럭버럭 내고 울다 잠든 딸의 이마를 쓸며 친정엄마를 떠올린다.

장을 보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아이옷을 개다가, 남편이 퇴근하기만 목빠지게 기다리다가, 아이와 실랑이하다 다 식어버린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김이 새서 배수구에 부어버리다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는 얼마나 많은 울음을 삼키고 살았을까.

얼마전 수술을 하고 아직 보행이 어려운 노모는 다리를 질질 끌면서도 내 딸이 "할머니!"하고 다가가면 "아이구! 린이 왔나" 하시며 14kg아이를 번쩍 들어올리신다. 엄마, 무거우니까 들지말라고해도 한번도 그말을 들은 적은 없다. 오래 안아주지는 못해도 하루 한주 커가는 손녀를 한번이라도 품어주고픈 엄마마음인가보다.

사후는 남은 자들을 위한 곳이다. 엄마가 떠나면 이 책속의 풍경처럼 아름답고 맑고 고운 곳에서, 이승에서 보지못한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밝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고통도 없고 눈물도 없는 곳에서 엄마의 엄마도 만나고, 엄마가 받지못한 사랑과 보살핌을 누리며.. 이곳에서의 아픔은 다 잊고 우리를 기다려준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을 좀더 열심히 살아내며, 엄마의 딸로 받은 사랑을 배운 사랑을 충분히 실천하며.. 그래서 엄마를 다시 만날 때
그저 엄마와 한바탕 웃고싶다.

이제는 엄마가 나에게 최선을 다했음을,
그것이 부족하고 때로 상처가 되었더라도 엄마 역시 서툰엄마였음을 알고 이해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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