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끄기 연습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올가 메킹 지음, 이지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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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쁨에 익숙한 나머지 바쁘게 사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사회를 만들어버렸다"

서점가에는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자기계발서가 널려있다. 언제까지 월급받고 살 거냐, 갑질당하고 을로 살 거냐, 이제는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자, 그러려면 외모를 가꾸고, 인맥을 넓히고, 투자를 공부하고, 봉급 외의 소득을 창출해야 한다. 불혹이 넘었어도 외국어를 공부해야 하고, 청년이면 한번쯤 배낭여행도 가야하며, 워킹홀리데이는 선택이고, 어학연수는 필수다? 음... 하루는 한정되어 있는데, 사람마다 쓸 수 있는 에너지는 다른데,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누가 우리의 '바쁨중독'에 제동 좀 걸어줘!!!

심지어 이제는 휴식도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바쁨중독의 당연한 결과일까. 우리는 어느순간부터 무료함을 견디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뭔가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하고 내가 쓸모없게 느껴진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가능하면 생산적인 것으로!! 하지만 휴식은 그야말로 쉬어가는 것. 본질이 무료하고 지루하고 목적이 없는 것이다.

전자기기와 접속되지 않고, 자기계발(운동, 독서, 공부 등)을 하지 않으며, 업무시간 이외에 정말, 리얼로 쉬어본 적이 마지막으로 언제였을까? 현대사회는 오늘도 멀티플레이어가 되라고 종용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멀티요, 정신만 쏙 빼놓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게 얼을 빼놓고 많은 사람들이 좀비처럼 스마트폰을 들고 살아가고 있다.

뇌는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정보를 처리한다는데, 우리 몸과 마음, 생활에도 당연히 의식적인 멈춤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실을 너무도 자주 잊고 산다. 마치 쉬어서는 안 될 사람들처럼 쫓기면서.

이 책에서는 '닉센'을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닉센의 정의는 '멍때리기'다. 물 한 잔 마시며 멍, 숨 한 번 고르며 멍, 집에 들어가기 전에 멍, 샤워하면서 멍. 멍때리기에 목적은 없다. 그야말로 그냥 멈추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매우 많이 어렵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생각을 끈다'니 참 참신하다. 우왕좌왕, 터질 것 같은 머릿속을 잘도 표현해주었다. 정말 머릿속에 스위치가 있다면 잠시 off버튼을 누르고 싶다.

이 책에는 그 off버튼을 누르는 일(닉센)을 다양하게 이야기한다. 네덜란드의 사례가 많지만 국적, 성별, 나이 불문, 수십가지 닉센이 실려있다. 몇 개는 나도 당장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의할 점은 닉센은 삶에 필수적인 것이지만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닉센도 일이 되면 피곤해진다. 오늘 to do list에 '멍때리기'를 쓰진 않았겠지?

그럼에도 하루 중 닉센을 위한 시간과 장소를 구별해 놓는 일은 중요하다. 단 몇 분이라도. 잠시라도 닉센을 경험하는 시간이 나를 충전하고 다시 달릴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치우고
조용한 곳으로 도망가서
닉센해보자.
지친 몸과 마음에게 회복의 시간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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