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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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린책들의 독서모임 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감사하게도 화제의 <배움의 발견>을 읽을 수 있었다.

엄격한 부모님의 교육관에 따라 공교육을 받지 않고 자라다가 우연한 계기로 케임브리지를 졸업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성장스토리인 줄 알았는데...!!

총 3부로 구성된 500여 페이지 두께의 책을 읽는 내내 어른이 된 저자 타라가 이제는 가족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그 큰 상처와 트라우마들을 하루하루 이겨내며 사는지 알고 싶어서 잠을 아껴가며 읽었다.

그리고 매우 화가 났다. 잘 배우고 보호받으며 성장해야 할 소녀가 정신적으로 세뇌와 학대를 당하며, 또 형제로부터 신체적 폭력도 수시로 당하며, 사고의 위험에 매일 노출돼있는 상황이 '부모의 종교에 따른 독특한 방식의 사랑'으로 덮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소름끼쳤고 무서웠다.

타라의 아버지는 독실한 몰몬교도로서 곧 닥쳐올 종말을 대비해 피난기지를 만들고 비상식량을 준비한다. 공교육이나 시장은 사회주의와 악으로 가득찬 것이기에 가까이하면 안 되고 병원도 불신한다. 오직 비전문가인 아내가 만든 아로마 오일과 자연치유, 기도가 상처를 낫게 한다고 믿는다. 아홉 아이들의 나이와 생일도 외우지 못하며 옷차림과 행동을 엄격히 통제하고 조금만 어긋나도 "창녀"같다고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타라의 어머니는 남편이 하는 말에 침묵으로 동조하며 산파와 치료사의 임무를 수행한다. 오빠들은 장성한 후에 집을 떠나 독립했고 타라와 몇 남은 자녀들은 매일 위험에 노출된 채 아버지의 폐차장 일을 도와야 한다. 학교와 병원, 사회는 가까이 해서는 안 될 곳이다.

하지만 타라가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면서, 학교를 가야겠다고, 대학이란 곳에 입학해서 세상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타라의 세계는 뒤집어졌고, 책과 학문으로 비로소 시야가 확장되었을 때 타라는 이전의 타라와 다른 사람이 되었다.

P. 311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은 약하고 무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행동이다. 나약하지만 그 나약함 안에 힘이 들어 있다. 다르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서 살겠다는 확신. (중략) 그때까지의 내 삶은 늘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소설되어져 왔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강하고, 단호하고, 절대적이었다. 내 목소리가 그들의 목소리만큼 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몰몬교경전밖에 모르던 소녀가
독학으로 대입시험을 치러 명문대에 합격하고,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으로 학비를 충당하며 논문을 쓰고 석박사가 되어도 고압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 집을 둘러싼 산처럼 폐쇄적인 가족 무리 안에서 타라는 여전히 어리고 나약한 타라일 뿐이다. 타라 역시 그 점을 알고 있고, 그래서 부모님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오빠에게 대항하려다가도 움츠러들고 다시 무기력해지고 만다. 하지만 타라에게는 타라의 가능성을 알아봐주는 좋은 사람들도 있었다.

P. 379
케리 박사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학생은 가짜 사금파리가 아니에요. 그런 가짜는 특별한 빛을 비출 때만 빛이 나지요. 학생이 어떤 사람이 되든,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 나가든, 그것은 학생의 본 모습이에요. 늘 자기 안에 존재했던 본질적인 모습. 케임브리지여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학생 안에 가지고 있는 거예요. 학생은 순금이에요. 브리검 영으로 돌아가든, 산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든 그 본질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그의 말을 믿고 싶었다.

타라는 자꾸만 포기하고 과거로 돌아가려는 자신을 멈추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자신을 믿어주고 알아봐준 학문의 영역에서 재능과 의지를 발휘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간다.

"나는 나를 위해 새로운 역사를 썼다."
"나는 마침내 나의 이전 삶에 대해 정직해졌다고 생각했다."
"과거는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대단치 않은 유령에 불과했다. 무게를 지닌 것은 미래뿐이었다."

타라가 재능과 노력으로 대단한 성취를 해냈으면서도 여전히 그에게 '가족'은 때로 두렵고 무거운 존재다. 부모님은 여전히 사회라는 악에 물든 딸을 돌이키고 싶어하고, 몇몇 가족들은 그를 없는 사람처럼 무시하고, 소수의 가족만이 타라의 선택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그러면서 타라는 알게 된다. 아버지와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거대한 산이 아니라 타라 자신의 변화된 자아라는 것을. 변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타라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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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교육과
오빠들의 교육과
타라가 희망하는 교육은 너무나 달랐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산골소녀가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다룬 교육지침서가 아니다. 홈스쿨링의 폐단이나 공교육을 극찬하는 교육진단서도 아니다. 한 인간이 성장하고, 스스로 두 발로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땀과 눈물의 기록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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