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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강아지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10
박정섭 지음 / 웅진주니어 / 2018년 3월
평점 :
그런데 있잖아, 사실은 내 옆에 네가 같이 있어 줘서
참, 고마워.
박정섭 작가의 그림책 <검은 강아지>입니다.
어렸을 때 부터, 그림책이나 만화책은 상상력을 죽인다고들 많이 합니다. 텍스트로만 채워진 책은, 그 언어로부터 어떤 상상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사과'라는 글자를 보면, 우리가 직접 사과를 상상해야만 한다는, 그런 이야기겠죠. 그럼에도 저는 그림책과 만화책을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요즘도 도서관에 가면 주구장창 만화책만 가득 쌓아놓고 읽기도 합니다. 그림이 주는 어쩔 수 없는 미감이랄까, 일러스트레이터의 그 섬세한 감각을 느끼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고양되는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텍스트가 물려주는 상상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림이 주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감각 또한 저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풍경을 보고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재미 없다, 라고 말씀해주셨던 모 시인 분이 생각납니다.
<검은 강아지>의 일러스트는 심플하면서도 섬세합니다.
표지에 그려진 수 많은 도시의 불빛과 벚나무, 조그만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각자의 이야기, 그 각자의 삶을 떠올리곤 하는데, 그때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솜씨에 놀랍니다. 그림이 세상을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재현하지 않기에 아름답습니다. 이 <검은 강아지>의 내용은 사실 아동이 보기에는 약간 충격적이고, (나만 그랬나요.) 모두를 위한 그림책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이는 아동문학으로 분류되기 보다는, 그림문학이라 보기에 적절하겠지요.
웅진, 모두의 그림책은 '창작자 고유의 색깔과 자유를 보장하며, 독자에게 다채로운 예술의 감동을 선사합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림책 시리즈' 입니다.
박정섭 작가 또한, 작가 소개에서 말하듯, 다양한 예술과 그림책을 접목시키는 것을 좋아해 보드게임 디자인, 동시 쓰기, 작곡 작업을 함께 하신다고 합니다. 때문에 그림책이란, 단순히 그림과 글자가 아닌, 각자의 예술을 접목시킨 복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복합 예술이라는 말을 안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저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시대가 정말 빨리 바뀌더군요,)
저에게 이 책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 점은, 저 또한 올해에 오랜 시간 키우던 노견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단지 귀엽고 불쌍해 데려온 시골 개가 이렇게 오래 살 거라고 유년기의 저는 생각치도 못했을 겁니다. 거진 20년을 살았으니, 내 입장에서는 인생의 반 이상을 그 꼬맹이와 보냈다고 해야합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가장 슬픈 것은, 어릴 때는 그 어린 애가 그토록 추하게 늙어 죽어간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된다는 겁니다.
강아지가 늙으면 반려인의 삶이 중지됩니다. 시력과 청력을 잃고, 척추와 다리가 약해져 걷지 못하는데다가, 그 고통이 엄청나서 종일 신음소리를 냅니다. 누운 채로 볼일을 봐야 해서 푹신한 이불 대신 소변 패드를 여러장 겹쳐 푹신푹신하게 만든 것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 상태로 반 년 이상을 지켜봐야 합니다. 나와 나의 가족은 나의 꼬맹이에 대해 정성을 다했지만, 그마저도 모든 걸 하지 못했다는 생각해 이따금 쓸쓸해지곤 합니다. 어릴 때는 절대로 알지 못하는 일입니다.
때문에, 그 상황이 오기 전에 누군가는 반려견을 버린다고들 하지요.
길가에, 쓰레기통에, 어제는 냉장고에 반려견을 넣어 죽였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오포세대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자신의 앞가림을 위해 많은 걸 포기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어떤 이는 생명을 포기하곤 합니다. 그것도 타자의 생명을. 그렇게 죽는 게 강아지들이죠.
<검은 강아지>는 버려진 반려견의 삶에 대해 말합니다.
강아지와 떨어질 때 가장 슬픈 점은, 그 애가 왜 나와 떨어져야 하는지 알 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마냥 내가 자기로부터 떨어져 나간다고 생각하죠. 전화로 목소리를 들려줄 수도, 영상통화로 얼굴을 보여줘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검은 감아지>의 강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자신이 버려진지 모르고, 심지어 버려졌다는 사실마저 모릅니다. 그저 기다리고, 기다릴 뿐이지요.
3년 전, 반려견 공주가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그땐 몰랐어요. 투병으로 힘들었을 공주가 선물을 주고 떠났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아요. 공주가 제게 주고 간 소중한 선물을요.
/글 그림 박정섭
작가의 말로 이루어보면, 그 또한 반려견과 생활을 했던 사람으로서 따뜻한 마음으로 이 책을 써내려갔습니다. 나에게도 내 꼬맹이에 대한 소설을 쓸 날이 오겠지요.
사람은 결국 타자에 대한 아름다움으로 먹고 산다고 생각됩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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