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레시피 - 남편의 집밥 26년
배지영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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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이란 책으로 처음 만나게 된 배지영 작가님. 작가님의 새 에세이집이라 기대를 갖고 남편의 레시피를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요리에 관심도 흥미도 느끼지 못하는 내 모습과 작가님이 겹쳐져 반갑기도 했다. 반면에 식구들 밥걱정을 켜놓고 잠드는 남편 강성옥님을 보며 정말 신인류가 아니실까 하는 부러움이 정말 컸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부러움보다도, 가족들 끼니 생각이 깊은 아빠이자 남편의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

 

p.127

제가 할 게 이거밖에 없어요.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고, 식구들이랑 시간도 많이 못 보내고요. 그러니까 밥이라도 해야지요.”

왜 그렇게 집에 가서 주방 일을 하느냐는 사람들의 호기심에 강성옥 씨는 머쓱하게 대답한 적이 있다.

(...) 처자식과 시간을 보내기 위한 강성옥 씨만의 방식이었다.

 

p.159

우리 아이들도 아빠가 해준 음식을 기억할까. 둘러앉아 먹던 분위기까지 되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서로 바짝 붙어서 먹어야 한다. 문제는 사춘기 소년, 추억의 씨를 뿌려야 할 식탁에 스마트폰을 올려놓는다. 나는 중학교 들어가는 아이와 맞짱 한번 떠보고 싶다. 질 수밖에 없지만 한 번은 결연하게 맞서고 싶다.

강썬아, 떡볶이 먹을 때는 유튜브 꺼라.”

 

10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나의 모습이 둘째 아들 강썬을 대하는 작가의 모습과 겹쳐졌다. 사춘기 아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함께 좀비물을 보는 엄마의 모습. 나도 이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되고 싶다.


p.185

맛있게 먹고 여전히 삶을 씩씩하게 꾸려가는 어른들이 자기 자랑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좋다. 먹는 일에 관심을 쏟은 적 없고, 복스럽게 먹지 못하는 나도,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음식 얘기에 욕심이 생긴다.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아빠 음식 말고, 엄마만의 멋짐이 스며 있는 음식 이야기를 하나쯤 물려줄 수 있을까.

 

어른들의 자기 자랑 이야기가 이제는 흡족하게 들리는 나이가 됐다. 그분들의 자부심을 존중하게 됐다. , 나 역시 아이들에게 엄마만의 멋진 음식을 기억하게 해주고 싶은데......이건 좀더 노력해야하지 싶다.^^;

 

수채화 일러스트와 어우러진 다양한 집밥 메뉴에 대한 글들을 읽고 나면, 내 앞에 따뜻한 밥 한 상이 차려져 있는 기분이 들어 참 좋았다. 저녁 메뉴 걱정을 켜놓고 사는 당신에게, 집밥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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