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가죽 양탄자 웅진 세계그림책 233
제럴드 로즈 지음,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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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란 이런 것인가.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기묘한 그림책이었다.

왜인지 웅진주니어에서 새롭게 발간한 책 『호랑이 가죽 양탄자』를 한 번 살펴보자



● 익살맞으면서도 기괴한 그림체

혀까지 빼놓은 채 축 늘어진 호랑이가 빨랫줄에 걸려있다. 그 와중에 제목은 '호랑이 가죽 양탄자'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호기심이 자극되는 표지일지 모르겠다. 호랑이가 살아있을지 그냥 가죽일지도 궁금하고 아니면 양탄자인데 갑자기 살아있는 호랑이로 변할 것 같기도 하고!

어른의 입장에서는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육식을 멈추자는 목소리, 천연가죽을 향한 곱지 않는 시선이 커져하는 요즘 시기에 호랑이 가죽 양탄자라니.

그림책에서 호랑이는 상당히 진짜처럼 그려져 있다. 동그랗고 노란 눈이 형형하게 빛나는데 다음 장에서 왕을 잡아먹어도 이상하지 않을 생김새다. 그 와중에 털은 듬성듬성하다. (이야기의 특성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보기에 훌륭해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지나가던 아이가 그림책을 보고는 말했다. 뭐야, 그림 무서워.

딱히 내가 어른이라서 그림체가 낯설게 느껴진 것은 아닌 듯했다. 기묘하다 기묘해




● 어른과 아이에게 다르게 읽힐 이야기

야생의 삶이 고달팠던 호랑이는 왕궁에 들어가 양탄자인 척을 한다.

양탄자처럼 보이기 위해 꼼짝 없이 햇빛에 몸을 널고 닦여야 한다.

독자들은 호랑이가 언제 들킬지 몰라 조마조마하며 페이지를 넘긴다. 갈수록 호랑이는 윤이나기 시작하면서 의심을 받고, 독자들도 마음을 함께 졸인다.

이야기 진행은 어린이 독자들 입장에서 충분히 흥미롭다. 여기에 호랑이가 왕궁에서 자신다움을 찾은 채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결말까지. 매우 좋다.

다만 어른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읽히는 부분들이 있었다.

궁궐에 있는 호랑이 가죽. 권력을 이용해 생명을 쉽게 빼앗는 비정한 인간이 떠오른다. 여기에 정글에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는 호랑이는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주어진 삶에 적응하지 못한 호랑이는 결국 자신의 생활양식을 버리고 궁궐로 들어간다. 자신의 동족을 죽여 양탄자로 삼는 그곳 말이다.

언제 죽임을 당해 진짜 양탄자로 둔갑할지 모르는 그곳에서 호랑이는 생존을 위해 버틴다. 꼭 먹고 살기 힘들어 조선총독부에서 신분을 숨기고 일하는 조선인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호랑이는 도둑을 잡은 공으로 자신다움을 유지하며 왕궁에서 따뜻한 삶을 영위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는 기득권층의 호의에 기대고 있는 행복이다. 언제든 왕의 마음이 바뀌면 사라질 평화다.


너무 삐딱하게 읽었나 싶긴 한데 호랑이 가죽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자꾸 그런 쪽으로 상상이 간다.

하지만 어린이 독자들은 딱히 그렇게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재미있게 호랑이의 모험을 읽으리라 예상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동화였다. 정글과 호랑이, 전래동화를 좋아하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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